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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사립학교법 개정 유감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6: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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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 20일 많은 논란 속에 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개정법률안을 확정하여 국회에 제출하였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해왔던 사학법인들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될 경우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고,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육계는 한시도 바람잘 날이 없었다. 나이스 파문,고교 평준화 정책 폐지 논쟁,고교 등급제 파문,대학입시제도 논쟁 등에 이어 이번에는 사립학교법 논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계속되는 논쟁과 갈등을 보면서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볼 때,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학교장의 4년 중임 규정 등이다.

공익 이사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개방형 이사제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가 국고 보조를 많이 받기 때문에 공익 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국고 보조가 많지 않은 사립대학에 대해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어 명칭을 개방형 이사제로 변경한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명칭이 아니라 새로운 이사제 도입과 그 선출 과정이다.

국고보조금이 예산의 4%에 불과한 사립대학에 대하여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고보조금을 많이 받고 있는 사립 중등학교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이해할 여지가 있으나,이사 추천권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재정을 지원받는 사립학교 교육의 공공성을 제고할 목적이라면,재정보조를 받는 사립 중등학교에 한하여 공익이사를 두도록 하되,공익이사는 재정지원의 주체인 시·도교육청이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 공익이사의 수가 많아지면 사립학교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사의 수는 1명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이사회의 의결정족수가 재적 이사의 과반수일지라도 공익이사의 수가 3분의 1 정도가 되면 이사회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심의기구와 자문기구의 차이는 위원회에 부의 안건의 자의성 여부와 결과의 구속성 정도에 있다.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한 현행 초·중등교육법의 규정을 보면,자문기구면서도 자문을 거쳐야 할 사항을 법에 규정하고 있고,자문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심의기구와 실질적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아마도 이사회를 존중해서 내용은 심의기구와 동일하게 하되,형식은 자문기구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성격이 문제가 된다면,명칭은 심의기구로 하되,초·중등교육법에 규정하고 있는 심의사항을 정관에 규정하도록 하여 이사회의 기능과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교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1회에 한하여 중임하도록 한 것도 문제가 있다. 백번 양보하여 국·공립 초·중등학교에서 교장 임기제를 실시하고 있으니 사립 초·중등학교에서도 교장 임기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취지는 약간 이해할 수 있으나,국립대학의 장에게는 1회 중임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유독 사립대학의 장에게만 1회 중임 규정을 강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사립학교법에 학교장의 임기까지 규정하면서 사학의 자주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사학법인들이 모두 반대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라면 반대 이유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학단체들도 일부 사립학교가 투명성과 공공성에 문제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의 문제 사학을 빌미로 아무 문제 없이 건전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립학교까지 규제하려는 점에 반발하는 것이다. 교육을 잘 하기 위한 법 개정이 오히려 교육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학교육의 중심 축인 사학 설립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사립학교법 개정이라면 사학교육의 발전보다는 장애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사학교육의 자주성과 공공성이 조화롭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정부 여당과 사학단체들의 대화와 타협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싶다.
송기창/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2004. 10. 26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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