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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토론과 논쟁: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6: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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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토론과 논쟁: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

한계레 2004.9.21. 김소민 기자

상문고등학교, 동덕여대 학내 분규…. 이 사건들 저변엔 사립학교법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 개정안이 17대 정기국회에 올라 여야, 시민단체와 사학재단 사이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열린우리당 일부와 시민단체는 이사회의 권한을 분산하고 구성원의 참여 폭을 넓히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이에 재단 쪽에서는 개정안이 사학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개정 주장은 일부 사학의 비리를 전체의 문제로 보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준성(32)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정책연구원과 변성호(44)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이 지난 7일 한겨레 신문사에서 만나 각각의 논리를 폈다.

앞으로 이어질 긴 평행선을 예고하는 듯 두 사람은 처음부터 팽팽하게 긴장한 모습이었다. 사학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랐다. 애써 느긋했던 말의 속도는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가속도가 붙었다.


변=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를 잘 풀려면 교육이란 큰 틀에서 사학이 국민의 이익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을 것인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황=교육의 공공성을 전면 부정할 순 없지만 교육은 무조건 공공재라는 주장도 따져봐야죠.

변=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와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죠. 다시 말해 교육은 공공재라는 게 전제 되어야 합니다.

황=교육은 사상성과 사유재로부터 시작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죠. 국가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운 사학이 교육의 본질에 가까운 겁니다. 현대 국가는 공룡의 힘을 가지고 있죠. 교육이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길이 사학의 발전에 있습니다.


변성호 “사학운영 비민주적 부패·비리의 대명사”


변=교육의 본질과 사학 운영의 자율성이란 개념을 뒤섞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교육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자유와 자주성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건 사학이나 국공립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의 자주성과 공공성은 상호보완적인 것이죠.

황=점점 국가 독점으로 가고 있는 게 문제죠. 여기서 교육이 벗어나야 하지 않나요? 사학의 자주성과 공공성은 사립학교법 제1조에서부터 보장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이를 무시한 채 교육의 공공성이란 논리로만 사학을 재단하려는 모습을 보여 우려스럽죠. 사학의 자유라는 측면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변=공공성을 부정하고 사학의 자유를 이야기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공교육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운영되어야 하죠. 사학의 자유를 말할 때도 사학의 주체가 무엇인지 밝혀야 합니다. 학교법인만의 자유로 해석해서는 안되죠.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원과 학생, 학부모 직원들이 국가 권력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을 사학의 자율성이라고 정의해야 합니다.

황=독일 등 서구 많은 나라가 사학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죠.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학의 자유는 국민의 학습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공익 수단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사립학교법의 성격은 규제법이 아닌 형성법이나 조성법이 되어야 합니다. 순수한 의미의 사학의 자유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해봤느냐고 묻고 싶어요.

변=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죠.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학교 교육은 가장 기초적인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므로 완전히 개인의 책임에 맡겨놓을 수 없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가 2001년 판시한 예가 있습니다. 사회가 합의한 교육 과정이나 학위 인정도 사학이나 국공립이나 똑같이 적용되고 있잖습니까? 교육은 국가의 책임인데 이를 사학에 위임한 것이지 사학법인이 마음대로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사학 스스로도 국가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사학 교육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전체 교육의 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황준성 “일부의 문제 빌미로 사학 자유 침해해서야”


황=사학의 자유는 노조 설립처럼 집단적 자유의 성격이 강합니다. 개개인이 자유를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건학이념 등 의견이 맞는 사람들이 뭉쳐 교육 활동을 하며 국가에 대항하게 되는 거죠. 이때 국가에 대항하는 주체는 법인이 될 수 밖에 없고요. 이것이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학교법인 제도의 본질입니다. 사학에 국가가 책임을 위임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국가가 우리 돈 없으니 너희가 하라고 해서 사학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교육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스스로 보장하기 위해 생긴 것이죠.

변=사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계속 평행선을 그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학의 현실을 조명했으면 해요. 외국은 교육에서 사학의 비중이 보통 8~10% 정도죠. 우리나라는 사학 비중이 중학교가 25%, 고등학교가 50%, 대학은 80~90% 입니다. 우리나라의 사학은 공교육 체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만큼 사회적 책무도 강조되어야 합니다.

황=먼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문제 있을 땐 바꾸는 게 맞습니다. 설립할 때도 엄격한 인허가 제도로 제약 받고 있죠. 학사 운영과 교육 과정 편성권도 침해받고 있습니다. 교사 임면권과 학생 선발권은 사학 자유의 버팀목이죠. 그런데 학생 선발권조차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마음대로 뽑지 않느냐고 합니다만 국가가 자격증 제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뽑으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자유인가요? 일부 사학의 문제를 빌미로 전체를 뒤집어보자는 게 법 개정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변=사학의 경우, 국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설립은 안했지만 재정 지원하고 학력을 인정해줍니다. 등록금을 징수할 권한도 줍니다. 세금으로 사학을 지원하는 거죠. 사립학교가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국가가 확인하기 위해 인허가 제도를 만든 겁니다.


변 위원장이 교육이라는 전체 틀 속에서 사학의 공공성을 강조한 반면 황 연구위원은 사학의 자유에 강조점을 뒀다. 이어 변 위원장은 재단이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고 황 연구위원은 국가가 사학을 통제하려 한다고 반론했다.


황=서구에서도 사학제도를 인정하지만 우리처럼 이렇게 엄격한 통제를 가하진 않습니다. 헌법 질서를 깨지 않고 반사회적이지 않는 한에서 교육의 자유를 지켜주고 단지 국공립에 쳐지지 않는 대등한 수준의 교육을 하라는 거죠.

변=외국 사학은 우리와 다릅니다. 몇몇 사람에 의해 운영되지 않죠.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참여합니다. 우리 교육기본법도 교육 주체가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잘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건학이념이란 명목으로 설립자들이 지나치게 보호 받으면서 많은 문제들이 불거졌죠. 이사회는 인사권, 회계·예결산 결정권, 규칙·학칙 제정권 다 가지고 있습니다. 사학 운영이 상당히 비민주적으로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사학재단 운영하는 사람들의 법 개정 반대 논리로 ‘탈취’라는 표현을 쓰죠. 거기엔 ‘학교는 내 재산’이라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사학이 부패와 비리의 대명사가 되는 거죠.

황=탈취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가고 있지 않습니까? 잘 해보려고 하는데 조그만 권한 몇개 있는 것마저 빼앗으려 하지 않나요? 법 개정 주장하는 분들은 교육공동체를 강조하면서 왜 거기서 법인은 배제하려 하는 건가요? 그러니 박탈감 느낄 수밖에요.

변=그래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운영해 왔는데 법 개정이 이것을 막는다는 위기감을 느끼겠지요. 하지만 사학운영자로서 사회의 존경을 받으려면 이제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최근 동해대에서 428억을 불법 사용해 문제가 됐죠. 이사장의 잘못된 운영 탓에 이 돈이 없어지는 동안 견제할 장치가 없었습니다. 우리 사학 이사회를 봅시다. 설립자가 이사장 하면서 이사를 마음대로 뽑죠. 친인척이나 친구로 구성됩니다. 임기 끝나면 이 이사들이 다음 이사를 뽑죠. 그렇게 자식에게 물려주는 대학이 생기는 겁니다. 일반 기업에서도 상속할 땐 투명성과 윤리 문제가 생기는데 학교에서는 인정된단 말입니다. 이사회가 자기 계승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이죠. 권한이 독점되면 썩습니다.


황/헌법재판소도 사학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변/교육은 공공재 성격 개인에 맡겨놓을수 없다고 판시


황=문제 있는 일부 사학 때문에 전체 틀을 깰 수는 없죠. 법인제도의 특수성은 설립 목적의 영속성에 있습니다. 이사회의 구성을 타율적으로 바꾸겠다는 건 그걸 깨겠다는 겁니다. 이사회 제도 자체를 바꿔 기타 구성원들이 참여한 뒤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땐 누가 책임질 겁니까?

변=사학 운영의 실태를 봤으면 합니다. 예산 심의에도 구성원이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계결정권은 법인에 있죠. 감사제도 있지만 초중등의 경우 감사를 이사장이 뽑게 돼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사회의 회계나 업무가 제대로 감사 될까요? 그래서 감사 2명 가운데 한명을 학교 구성원들이 뽑도록 하자는 겁니다.

황=사학의 경우 학교운영자금에 대해 학부모회가 반드시 자문하게 돼 있죠. 또 교사들로 구성된 예결산자문위원회가 있지 않습니까?

변=오해입니다. 현재 학부모회는 임의기구로 학교운영위원회에 들어갈 학부모 대표를 뽑을 뿐입니다. 국공립에선 학부모, 교사, 지역 대표가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학교 예결산을 심의할 수 있죠. 사립의 운영위원회는 자문기구로 국공립에 비해 차별받고 있습니다. 자문마저도 예결산의 경우는 학교법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한합니다. 지금까지 자문 요청한 학교는 거의 없죠. 국공립처럼 사립도 학교운영위에 결정권은 아니더라도 심의권을 주라는 겁니다. 실제 교육에 참여하는 교사, 직원, 학부모,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면 좀 더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헌법의 정신을 담은 교육기본법도 학교구성원의 학교운영 참여를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이사회가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있어 문제가 되니 이사회에 학내 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가 3분의 1 이상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2분의 1 이상이면 의결권을 가지게 되니까 거기까지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황=기본적으로 구조를 변경해야한다는 건 믿음이 없기 때문이죠. 현재 이사들을 못 믿으니까 스스로 들어가서 해보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교육은 믿음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법인제도의 골자는 연속성이고 이를 유지하는 핵심은 이사회죠. 예를 들어, 기독교를 건학이념으로 세운 학교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이사들이 여러 제한 때문에 이사회에 못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이 계속 들어가면 건학이념이 지켜질까요? 나중에 의결권까지 빼앗아가겠다는 거 아닙니까? 또 사학에서 종교 교육의 자유는 의미가 큽니다. 영미에서 사학의 자유는 종교 교육의 자유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걸 부정하면 안 되죠.


변성호 “구성원들 학교운영에 참여 이사회도 열린 구조로 바꿔야”


변=학교를 사적 소유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 학교의 경우, 설립자의 종교의 자유 못지 않게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을 받을 권리도 중요하죠.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또 종교계가 아닐 경우 현실적으로 창조적 인간, 성실한 인간 등 보편적 가치를 건학이념으로 내세우죠. 그런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구성원이 추천하는 이사들이 현재 이사들과 함께 논의하는 게 건학이념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죠. 현재 이사회는 영속성과 함께 폐쇄성도 갖고 있습니다. 그걸 풀려면 근본적으로 학내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죠. 나아가 이사회에도 참여하는 열린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황=자율과 자치를 말씀하시는데 굳이 법을 개정해 강제로 학교를 바꾸려는 게 자율인가요? 법적으로는 다양하게 풀어놓고 학내에서 이사회와 함께 자율적으로 구조를 바꾸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모든 사립 학교가 이사회 구성할 때 학교 구성원 안 받습니까? 받는 곳도 있죠.


논쟁의 핵심은 이사회의 구성에 있었다. 변 위원장은 폐쇄된 구조가 비리를 낳는다고 보는 반면 황 연구위원은 이사회야말로 건학이념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변=이사회에 학교구성원이 추천한 이사를 포함시키자는 취지는 이렇습니다. 이사회가 인사권, 회계권등 모든 권한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사학 시스템입니다. 이러면 사학이 발전하기 보다 더욱 부패하고, 교육의 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친인척 이사 제한을 현재 3분의 1에서 5분의 1로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거죠. 최소한 현행 일반 공익 법인의 기준에 맞추자는 겁니다.

황=이사회가 폐쇄적이라고 하시는 데 왜 그렇게 보십니까. 지금도 친인척은 이사회의 3분의 1밖에 못 들어갑니다. 나머지는 교육적 역량과 뜻을 가진 사람이 들어가고 있어요.

변=이사장이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쉽게 부릴 수 있는 사람을 이사로 뽑는 경우가 많죠. 선임 구조뿐만 아니라 운영도 폐쇄적입니다. 이사회에서 무슨 결정을 어떻게 하는지 다른 사람이 알 수가 없어요. 이사회 회의록 공개 안 되고 있죠.

황=일부 운영의 문제를 근거로 법인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변=사실 드러난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감사가 제대로 됐다면 더 노출됐겠죠. 지금은 비리가 쌓이고 쌓여 심해진 뒤 학내 구성원이 폭로한 경우만 드러난 거죠. 그 과정에서 학내 분규라는 몸살을 앓게 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에게 전가되죠.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차단하자는 겁니다.

황=보장할 것들은 보장하고 현실적으로 비리가 발생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면 될 겁니다. 또 학내 분규로 나가기 전에 교육 기관에서 철저히 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되는데 왜 본질을 깨냐는 거죠.


황/서구에서도‥우리처럼 이렇게 엄격한 통제를 가하진 않습니다
변/외국사학은 우리와 다릅니다 몇몇 사람에 의해 운영되지 않죠


변=비리가 발생해 분규까지 이어지면 교육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횡령한 사람들이야 갚으면 그만이지만 학교 구성원들에겐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되죠. 그리고 법 개정으로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예산 운영 등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항상 감시해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막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거죠.

황=물론 그런 구조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열린우리당이나 사학법개정 국민운동본부는 지나친 구조의 전환을 이야기 합니다.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만 참여인가요? 열린우리당 법안은 참여의 논리라기보다는 지배 구조를 바꿔보자는 게 아닌가요? 직설적으로 말씀 드릴 수 밖에 없는데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법제화의 핵심이 뭔가요? 학부모회나 학생회는 교사회의 법제화를 위한 외부 호도용밖에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변=구조의 변화가 무조건 이사회 제도를 깨겠다는 게 아닙니다. 또 사립 재단엔 법인회계와 학교회계가 있는데 법인회계에는 학교운영위가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껏 행사하지 못한 교육 자치를 법 안에서 구현하자는 거예요. 적어도 대학생의 경우엔 학생회를 법제화하자는 거죠. 학부모도 학교 운영의 주체입니다. 교사회를 위한 게 아닙니다. 이건 학생과 학부모가 요구하는 거예요.

황=미성년자인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까지 참여하도록 해야 하는 걸까요?

변=저는 개인적으로 중고등학교에서도 학생회가 법제화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중등학교에서 학생회가 제대로 안 살아나는 건 미성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입시에 매달리 수 밖에 없는 현실 탓입니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외국에서 중고등학교 학생회가 법제화된 게 학생들이 성년이라서가 아니잖습니까? 일부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운영위에 왜 학생이 빠져있느냐고 묻습니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학생들도 학교 운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죠.


황/이사회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면 건학이념이 지켜질까요?
변/건학이념이 보편적 가치라면 이사회가 개방돼도 지켜질 수 있죠


황=피교육자가 교육 기관에 시시콜콜 참견하는 게 과연 교육적일까요? 학생회는 학생 자치활동 보장 쪽으로 가야하죠.

변=대학생의 경우엔 학생회가 학교 운영에 참여할 판단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또 교육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야죠. 그리고 교육부는 사학의 경우 학교운영위에 심의권은 주되 예결산 부분은 빼겠다고 합니다만 그건 무책임한 거예요. 운영과 예결산은 분리시킬 수 없죠.

황=예결산, 교원임면권, 교육과정 편성을 빼놓고 설립자나 법인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 이 세 가지는 학교 법인의 고유 권한 아닌가요?

변=교육 가치를 실현하는데 왜 학교 법인만이 모든 권한을 독점해야 합니까? 사학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비리 인사입니다. 채용할 때 돈 받거나 이사장 마음에 안 들면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거죠. 학교장에게 인사권을 주되 교원이 참여하는 교원인사위원회의 제청·심의 기능이 반듯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객관적이고 우수한 교원을 투명하게 뽑을 수 있어야죠.

황=사학은 국공립과 분명히 다릅니다. 사학 교원임면은 사법적인 계약이에요.

변=사학도 아무나 뽑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국가가 교사 자격을 인정한, 교원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담보된 사람을 뽑을 수 있죠. 여기엔 사학도 공적인 구실을 수행한다는 게 전제 돼 있어요. 사학 교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 행사는 일반 회사원보다 제한되죠.

황=현재 학교장에게 교원임면에 관한 제청권이 있죠. 또 상당히 많은 학교에서는 실질적으로 교원인사위원회가 학교장 제청 이전에 임면에 개입하기도 해요. 교원인사위원회가 제청권을, 학교장이 임면권을 가질 경우, 이사회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왜 이사회가 배제 되어야만 비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시나요?

변=학교장을 통해서 비리가 발생할 수도 있죠. 그래서 교원인사위원회의 제청이 필요한 겁니다. 또 교육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니 거기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깊이 반영되어야 하죠.

황=전문성과 관련해서 대학과 중고교를 구분해야 합니다. 현재 대학 교수 임면권은 실질적으로 학과에 있어요. 전문성이 강조되기 때문이죠. 중등학교에서는 교과에 대한 전문성 못지 않게 건학이념에 대한 적합성을 더 많이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변=이사회가 개방 되도 건학이념에 충실할 수 있어요. 건학이념이 보편적인 가치라면 어느 이사가 들어와도 지켜질 수 있죠. 한쪽에 권한이 쏠려있으니 나누자는 겁니다.


황준성 “재산 출연해 교육활동 하는데 왜 3자가 사사건건 간섭”


황=한 예로 어떤 학교에서 열린 교육을 건학 이념으로 삼았다고 합시다. 일부 구성원이 호응하는 것 같다가 돌아설 수 있어요. 사립학교법의 본질에 따르면 건학이념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게 맞지 않습니까? 인사위에 제청권을 주고 교장에 임면권을 주면 그럴 수 없을 겁니다. 건학이념을 유지 발전 시키려는 법인과 구성원인 선생님 사이엔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재단이 학교를 좌지우지 하는 걸 막기 위한 장치는 이미 돼 있습니다. 재단이 학사행정에 관해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하면 이사 승인 취소도 될 수 있고, 각종 처벌 조항도 이미 현재 사립학교법에 담겨 있습니다.

변=건학이념 등 여러가지 이유를 대지만 이사회가 사회적 합의나 객관적 틀에 맞지 않게 임의로 교원을 임면하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까지도 돈이 얽힌 채용 비리가 폭로되고 있잖습니까?

황=학과 교수들이 임면권을 장악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비리 안 나타나나요? 중등에 그런 제도를 도입하면 교원인사위원회가 비리에 연루될 수 있지 않을까요?

변=제도가 바뀌면 의식 수준도 병행하리라 봅니다.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우리 사학의 병폐에 눈 감아서는 안 되죠. 내 학교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제한하려 하니 반발하는 것 아닌가요? 교육의 장으로 학교가 운영되길 바란다면 이사회 개방이 문제될 게 없죠. 덧붙여 비리 사학에 임시 이사 파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황=사학 설립자로서는 재산 출현해 국가 발전을 위해서 교육 활동을 하는데 왜 제3자가 들어와 사사건건 간섭하려 하느냐고 느낄 수 있죠.


교원임면권의 학교장 위임,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 강화, 친인척 이사 제한 등 구체적인 항목마다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담배 꽁초는 쌓여갔고 평행선은 돌고 돌아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추상적 논쟁을 향해 가는 듯 했다.


변=임면권 문제만 봐도 현재 총장에 위임된 학교들이 대부분 더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사회에 임면권이 주어지는 것보다 총장이 가지는 게 더 민주적이라면 그렇게 하자는 겁니다.

황=교육에서 민주적인 게 다 맞는 건가요? 학교운영비로 학생들이 빵 사 먹자고 하면 그렇게 해야되나요? 교사의 전문성에 버금가는 사학의 전문성도 있는 겁니다.

변=막대한 비용이 들고 갈등도 불거지지만 선거제를 채택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죠. 예로 드신 운영비는 다 함께 올바르게 써야한다는 전제를 가르쳐 의견 수렴을 해야죠. 그게 교육의 전문성입니다. 학생들도 의견을 모아 가는 방법을 배우면 판단 능력 있습니다. 하물며 교사와 학부모의 교육 참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거죠.

황=사학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부정하시기 때문에 논의가 잘 안됩니다. 일부 사학의 문제를 침소봉대해 대다수 사학이 부패되었다고 하면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겁니다. 교육 주체의 참여는 분명히 보장해야겠지만 반드시 이사회에 들어오거나 학운위를 심의 기구화하고, 교사회 등을 법제화해야만 하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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