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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우리 교육은 평준화의 함정에 빠져 있는가?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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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우리 교육은 평준화의 함정에 빠져 있는가?

교육정책포럼 2004.9.2. 이종재(KEDI 원장)

“평준화의 함정에 빠진 한국 교육”은 주어진 논제이다. 과연 한국 교육은 평준화의 함정에 빠져 있는가? 평준화 정책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인가? 평준화 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은 무엇인가? 어떠한 대안이 있을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본다.

평준화 정책의 역사와 현황
고교 평준화 정책은 1973년에 결정되어 1974년부터 서울과 부산에서부터 적용해온 정책이다. 30년 동안 정책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시행하여온 정책이다. 대학입학방식의 잦은 변경과 비교해 볼 때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해온 정책으로 볼 수 있다. 평준화 정책은 1970년대 초 우리나라 교육 상황과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만들어졌다. ‘국6병’(國6病)을 해소하고 중학교 진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1968년에 ‘중학교 무시험 진학 제도’를 도입하였다. 소위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경쟁이 유발한 ‘중3병(中3病)’을 해소하고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결정되었다.

간략하게 고교평준화 정책을 정리한다면, 이 정책은 크게 두개의 방침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방침은 평준화 적용지역에서는 무시험 추첨 방식에 의해 학군별로 일반계 고등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침은 학교 간 교육격차를 축소하기 위하여 공립학교에서는 4-5년 주기로 교사를 순환배치하고(순환 전보제),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수업료 수입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서 인건비 보조가 시작된 것이다.

평준화 정책은 서울, 부산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어 1980년대에는 계속 확대되었으나, 1990년대에는 일부 군산, 목포, 안동, 춘천, 원주, 익산, 천안 지역 등에서는 해제되었다. 2000년대 이후 군산, 익산 지역은 다시 평준화 정책을 지정하였고, 울산, 분당, 고양, 부천, 안양, 과천, 의왕, 군포 지역은 새롭게 평준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원주, 김해, 포항 지역을 비롯하여 몇 개 지역에서 평준화 도입 여부를 놓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현재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약 72%의 학생이 평준화 적용지역의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 동안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하여 학교 종류를 다양화하고, 영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과학고’, ‘외국어고’, ‘예체능고교’ 등의 특수목적 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왔으며, 실업학교의 일부를 ‘특성화고교’로 지정하였고,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6개의 ‘자립형사립학교’의 운영을 지정하여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반계 고교 내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권장하여 시행하고 있다.

고교 입시부담 경감은 평준화의 부인할 수 없는 큰 성과
평준화 정책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의 부담이 경감되었고, 입학생의 성적 순위에 따라서 형성되는 고등학교 서열화가 완화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등학교 서열화가 완화되었다는 것은 고등학교 진학준비의 부담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준화 정책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평준화 정책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평준화 정책을 해지했을 경우에 예상되는 중학교 학생들의 입시경쟁, 입시부담, 입시 위주 학습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 불안감은 학생의 학력수준과 가정의 경제적 배경, 그리고 지역의 교육 상황과 관련이 있고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서 이 불안감의 정도에 따라 평준화 정책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정하게 된다. 평준화 정책에 의한 중학생들의 입시부담 경감은 매력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문제점이 없다면 우리는 이 성과를 지켜가야 할 것이다. ‘평준화’의 함정은 이 성과의 가치를 중시하고 이에 따른 문제와 비용을 가볍게 보는 ‘함정 안에서 보는 관점’다. 그렇게 되면, 대학도 평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올 수 있다.

평준화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평준화 정책의 문제점은 어떤 관점에서 평준화 정책을 보는가에 따라서 규정될 수 있다. 따라서 관점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크게 구분하여 세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다. 학생의 학업성취와의 관련성, 학교운영과의 관련성,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의 적합성 측면이다.

학력 수준 차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통계 분석이 있어야
평준화 정책은 학생의 학업 성취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제약 조건이 되고 있는가? 학업 성취 수준을 규정하는 방식에도 수준이 있다. 학업 성취로서 지성의 계발, 덕성의 함양, 인성의 계발을 말한다면 우리에게는 이러한 학업성취에 대한 측정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수능시험이나 학교의 내신 성적도 이러한 학업 성취와는 거리가 멀다. 교과별 학력고사 자료에 의하면, 평준화지역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의 성적이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학생들보다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서 이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생의 학력 수준을 결정하는데 작용하는 요인으로 개인의 능력과 노력, 학교교육의 효과, 가정의 교육적 경제적 배경 등을 고려할 때, 평준화지역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수준을 평준화의 효과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통계적 분석이 있어야 한다. 관련된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추론할 때, 평준화를 포함하여 학교교육의 부정적 효과를 가정의 배경요인이 더 크게 상쇄하는 것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평준화 정책은 학교 교육력 신장에 기여하고 있는가?
평준화 정책은 학교의 교육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인가 아니면 학교의 교육력을 약화할 가능성이 있는가? 학교의 교육력을 “학생들이 바람직한 학업성취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이라고 우선 간단하게 규정한다면, 우리나라의 1만 여개의 학교들을 “학교의 교육력”차원에서 볼 때 똑같지는 않을 것이며 많은 차이를 보이리라는 것은 쉽게 상정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검토할 때, 평준화 정책은 학교의 교육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평준화 체제에서는 학교교육의 중점을 세우기가 어렵고, 크게 증가한 개인차에 대한 대응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1) 학교는 학교 나름으로 그 학교교육의 중점을 세우고 그 학교가 존재하기 위한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 수요의 공간에서 교육 서비스의 공간(Program Niche)과 입지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순환 근무제와 학생의 추첨에 의한 배정 방식은 학교교육의 중점을 세울 수 있는 조건을 약화시킬 수 있다.

(2) 학생들은 개인차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교육과 학습에서의 기본적인 상황 조건이다. 그리고 이 개인차는 그 기준이 무엇이든지 간에 기준을 중심으로 늘어놓았을 때 중간이 많고 양 극단이 적은 분포 모양을 보인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분포는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이러한 분포를 교육학에서는“정상분포곡선”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모든 학교가 증가한 개인차를 상대로 교육해야 한다는 데 있다
개인차의 총량을 변량이라고 할 때 이 변량은 “학교 내에서의 변량”과 “학교 간의 변량”으로 구성된다. 평준화 체제에서는 학교 내에서의 변량은 크게 증가하고 학교간의 변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평준화체제에서 모든 학교가 크게 증가한 개인차를 상대하며 교육해야 하는데 있다. 학교교육의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최근에 이르러서 학급당 학생 수를 40명 선 이내로 줄일 수 있었다.

우리의 학교도 이제는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할 때
학교의 교육력이 약화된다면, 우리나라처럼 높은 교육열과 진학 경쟁이 학교교육의 상황을 구성하는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사교육에 대한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준화 체제와 사교육간의 관계, 그리고 교실의 무기력 현상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실증적분석이 필요하다. 학교교육의 교육력 약화와 사립학교의 운영에 대한 자율성의 위축, 그리고 공급자 중심의 학교운영체제는 평준화 체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요즘에는 특정의 수요에 적합한 서비스를 하기 위하여 “맞춤형 교육”, “눈높이 교육”라는 말이 등장하는 이유는 서비스의 차별화와 수요에 대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학교도 이제는 이러한 서비스정신을 가져야 할 때이다. 평준화의 의식 구조 속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마인드”를 형성할 유인체제가 약하게 된다.

개성과 특성을 지닌 학교가 많이 필요하다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을 다양성, 학교선택권, 그리고 교육의 기회 균등 차원에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학교선택권의 측면에서 볼 때, 평준화 체제에서는 일반계 고교의 교육프로그램에서 다양성과 선택의 기회는 크게 제약된다. 과학고등의 특수목적고와 실업계의 특성화 고교, 그리고 최근에는 대안학교 등이 등장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선택의 기회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비중은 매우 낮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학교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학생의 교육적 필요는 더욱 다양해진다. 고등교육으로 가면 이 다양성은 더욱 넓어진다. 초등교육이 기초 공통의 보통교육에 중점을 둔다면 고등학교 교육은 다양성속에 선택성이 제공되어야 개성을 계발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제7차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민기초공통 교육과정”을 설정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학제상의 분화 원리를 반영하고 있다. 개성과 특성을 지닌 학교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이 자기에게 적합한 학교를 가려면 과학고, 외국어고, 예?체능고등의 특목고 입학준비를 해야 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배정될 확률이 높은 지역으로 이사를 하거나 위장 전입을 하거나 아니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한마디로 돈이 많이 들고 따라서 돈 있는 사람만이 실질적으로 선택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경기도에서 평준화지역을 확대하니까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강남학군으로 이동한 경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육 기회의 균등 면에서 평준화 정책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해보아야
교육의 기회균등의 면에서 평준화정책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해보아야 한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똑같은 교육을 배분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자에게 적합한 교육을 질적으로 합당하며 그 속성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보장하는 것이 “교육의 기회균등”의 정신이다.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실질적으로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하는 길이 된다.

“좋은 학교 만들기” 가 평준화의 대안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부와 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학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하는 학교와 기피하는 학교가 등장할 것이고 진학경쟁의 부담이 등장한다. 선지원 후추첨의 원칙을 유지하는 평준화의 골격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평준화의 대안은 “좋은 학교 만들기”와 학교운영의 자율화, 사학운영의 자율화와 실질적으로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학교가 시험을 통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방향이 평준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학교별로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특성을 살려 여기에 맞는 학생이 공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들로 우리의 학교가 “거듭나는” 학교의 재구조화가 평준화의 대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 보자. 잘 하는 학교는 더욱 잘하게 도와주고 뒤쳐진 학교는 지원하여 좋은 학교로 만들어 가는 방향이다. 그리고 학교를 선택하게 할 때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한 자원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이다. 뜻을 같이 하는 선생님과 학생이 모여서 공부할 때 학교교육의 교육력은 높아질 수 있다. “지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비율”을 지역별로 수요자의 교육만족도 지수로 삼을 만하다.

자립형 사립학교 운영도 더욱 확대하고 공립학교 중에서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자율운영학교”도입도 중요한 대안이 된다. 평준화의 함정은 적합하지 않은 사고 방식의 함정이다. 학생의 학습의 필요를 외면하는 공급자위주의 편의주의, 교육의 평등을 기회의 평등으로 보지 않고, 획일화된 과정으로 착각하는 왜곡된 평등관의 함정이다. 이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율과 창의와 노력의 바탕위에서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새로운 풍토를 조성하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교육은 아직도 평준화의 당장의 단맛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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