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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여의도 포럼: 교육경쟁력의 회복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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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여의도 포럼: 교육경쟁력의 회복

국민일보 2004.05.07. 임정덕(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이 앞으로 살아갈 길은 기술개발에 의한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누구나 말한다. 우리에게 가능성과 위협을 동시에 주는 중국에 대응하는 방법도 일류기술과 혁신능력의 개발뿐이다. 기술개발과 혁신은 기계나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한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 지식기반 경제시대에 우수인력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우리 교육시스템이 우수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니 개인이 기를 쓰고 외국에라도 보내서 키우려고 한다.

과거에는 우리 교육 수준이 일류를 길러낼 형편이 되지 못해 외국 유학을 통해 인재를 많이 공급받았다. 이제는 일류 인재를 만들어 낼 역량은 갖추었는데 교육시스템 때문에 인적자원을 더 일찍부터 외국으로 내몰고 있다.

교육받은 풍부한 인적자원이 과거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 덕분에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양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2만달러 또는 그 이상의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의 질적 측면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양은 이미 넘쳐 나고 있다.

최근 교육방송을 통한 수능 과외는 적절한 정책이었다. 효과가 있는 정책은 더 장려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응급처방의 일종이다. 일류 교사가 학교에는 없고 방송에만 있으면 전 학교를 방송통신고등학교로 만들 수밖에 없다. 방송과외가 공교육 또는 학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비교육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과외학원이 산업화될 정도로 성행한 이유는 시장 원리 때문이다. 공교육이 경쟁력이 없으니 경쟁에 의한 이윤을 추구하는 우수 인력이 학원으로 모이게 되고 잘 가르치고 성과가 있으면 학생(수요자)은 모여들게 마련이다. 앞으로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부터 과외 공부를 받게 하여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수밖에 없다. 방송강사보다 교사가 더 잘 가르치면 더 높게 대접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항상 제도와 여건을 탓한다. 분명한 것은 제도와 여건이 나빠도 노력해서 잘 하는 경우는 있지만 제도가 좋으면 자동적으로 사람이 잘 하리라는 기대는 맞지 않는다.

교육병의 근본 원인인 대학이 비경쟁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한 다른 모든 제도나 조치는 효과가 있을 수 없다. 대학강의를 예로 들면 강의는 수업과 평가가 똑같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완성된다. 수강하는 모든 학생이 다같이 좋은 학점을 받는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수업이 아니다. 잘 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이나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이 비슷한 평가를 받는 시스템으로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많은 교수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좋은 학점을 준다고 변명하는데 이것은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수능시험의 변별력에 대한 시비가 많은데 대학 학점의 변별력은 이미 상실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학점이 학업성취도에 대한 척도 기능을 상실하면 객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영어나 어학능력이 이를 대신하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회나 정치에 포퓰리즘의 성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학원도 종교도 이미 물들어 있는 증거가 많다. 포퓰리즘은 경쟁을 중시하지 않는다. 경쟁 시스템이 사라지면 연고, 인연, 색깔 등이 그것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경쟁시스템은 결코 완벽한 제도가 아니다. 세상의 어떤 제도와 마찬가지로 결함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진다. 그것은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윈스턴 처칠의 말과 같이 그보다 더 나은 제도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민주주의가 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의 선택이 여러 가지 있지만 최선의 선택은 경쟁 방식이다. 민주주의의 실행방식 자체가 경쟁원리다. 지금과 같은 개방 체제 아래서 세계 일류가 되고자 하면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과 결정해야 할 일이 수없이 많고 또 하나 하나가 다 중요하다. 그 모든 것이 우리의 국리민복, 장래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고 어떤 것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것은 교육이다. 교육은 전쟁 중에도, 나라가 망해도 계속되어야 하는 씨나락이나 씨암탉 같은 대상이고 이 교육이 살아나는 최선의 방법은 경쟁력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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