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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만물상: 미국사립학교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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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만물상: 미국사립학교

조선일보 2004.5.3. 오태진 논설위원

1970년대를 풍미한 에릭 시걸의 소설 ‘러브 스토리’에서 여주인공 제니퍼는 연인 올리버를 ‘프레피(Preppie)’라고 부른다. 사립 기숙사학교 ‘보딩스쿨(boarding school)’을 가리키는 또 다른 용어 ‘예비학교(preparatory school)’에서 나온 말로, 사립학교 출신을 ‘부잣집 애송이’쯤으로 놀리는 속어다. 이탈리아계 빵집 딸 제니퍼로선 보스턴 명문가 아들로 사립학교를 나온 올리버에 대한 시샘어린 애칭이었다.

▶‘예비학교’라는 단어가 말하듯 미국 기숙사학교들은 제1 목표로 거리낌없이 ‘대학 준비교육’을 내세운다. 대부분 석·박사 학위를 지닌 교사들이 한 명당 학생 5~7명을 맡는다. 전문 카운슬러들이 신입생 때부터 학생의 적성과 능력을 치밀하게 파악해 전공과 대학 선정을 돕는다.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빅3’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킨 100개 고교 순위에서 94개가 사립학교라는 게 무리도 아니다.

▶다양하고 격렬한 스포츠활동과 봉사·서클 활동도 체계적·의무적으로 시킨다. 가축 기르기, 농사 짓기, 자동차 정비를 필수과목으로 삼은 곳도 있다. 기숙사 생활도 엄히 다스린다. 어느 한국 유학생은 따지 않은 캔맥주 한 개가 방에서 발견돼 퇴학 위기에 처했다. 다른 한국 학생들이 서명해 ‘누군가 캔맥주를 갖다 놓았을 것’이라고 탄원하고서야 겨우 퇴학을 면했다.

▶2008년 송도 신도시에 합동으로 외국인학교를 열기로 한 5개 사립학교는 미국의 250여 기숙사학교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명문들이다. 하치키스, 그로튼 같은 학교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연간 학비가 많게는 4만달러에 이르는 학교들이다. 송도 외국인학교 학비로 책정된 2000만원은 이 학교들 입장에선 하한선에 가까울 듯하다.

▶사립학교 비율은 미국 10%, 영국 7%쯤이다. 하지만 미국 공립학교 교사의 40%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낸다. 중국도 지난해 ‘민판(民辦·민간)교육촉진법’을 만들어 사립학교에 전면적인 재산권과 자율권을 줬다. 베이징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의 학비는 1200만원에 이른다. 한국 사립학교 비율은 47%로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재량껏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송도 외국인학교가 보여줄 엘리트교육의 정수는 ‘평등 강박’이라는 미몽(迷夢)에 빠져 있는 우리 교육을 따끔하게 찔러 깨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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