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상단 글자

자료실

HOME     알림마당     자료실

[기사]도마 오른 교사 자질론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51:03
첨부파일 :
[기사]도마 오른 교사 자질론 - 목소리 힘받는 '교원평가'

국민일보 2004.4.27. 김수정· 권기석기자

교원평가 문제가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취임초부터 "욕을 먹더라도 (교원평가)하겠다"면서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반면 지난 23일 서울교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교원인사제도 혁신방안' 공청회<본보 4월24일자 기사 참조>가 교육관련 단체들의 이견으로 사실상 무산되는 등 반발도 거세다.공교육에 대한 불만의 상당 부분이 교사들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높은 이때 교원평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 접수된 학부모들의 전화, 면접, 인터넷 상담 680건 중 교사와 관련한 내용은 291건(42.8%)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은 체벌 문제로 교사 관련 전화상담 115건 중 61건(53%)이었으며 ‘수업 대신 비디오를 틀거나 자습만 시킨다’는 등 교사의 자질에 관한 문제(37건, 32.2%)도 많았다. 촌지(11건, 9.6%)도 여전히 학부모들을 괴롭히는 문제였다.

◇엄정한 교원 평가가 관건=‘학부모로부터 현금 500만원과 선물세트 수수, 1개월 정직’, ‘청소년 강제 추행으로 경고’, ‘상습 도박으로 감봉 3개월’(시·도교육청 교원징계현황 자료)

200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금품수수와 품위손상 등 각종 사유로 징계를 받은 초중고 교원은 551명에 달한다. 징계 이유도 음주운전 뒤 뺑소니, 절도, 폭행 등으로 다양하다. 이같은 일부 비위 교원들 때문에 전체 교사의 사기와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등 공교육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파면, 해임 등으로 교단에서 ‘퇴출’된 교사는 29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견책(122명), 경고(151명), 감봉(90명), 정직(59명) 등을 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학생을 심하게 폭행하거나 거액의 촌지를 받는 교사, 최소한의 품위도 지키지 못하고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교사도 버젓이 교단에 남아있을 수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관계자는 “문제 교사, 부적격 교사 등에 의해 학생들이 고통을 받아도 진단서 등 증빙자료와 함께 법정 소송으로 가지 않고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교원 평정을 엄격히 해 이들의 재교육을 요구하거나 퇴출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사기,도박 같은 개인적 비위를 저지르는 교사보다 학생을 가르칠 열의가 없는 ‘무기력 교사’가 더욱 교직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2000년 1월 초등학교 교사 A(여·교직경력 34년)씨는 교수능력 및 자질 부족 등의 이유로 해임 처분을 받았다. 교육청 측은 “수업을 명예교사에게 시키고 참관만 했으며 음악시간에 학생들의 연주가 시끄럽다며 솜으로 귀를 막아버리는 등 교육에 열의가 없고 사명감도 상실했다”고 징계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A교사는 “솜으로 귀를 막고 수업해도 소리가 다 들린다”며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해임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한 상태라 여전히 교단에 서 있다.

교수능력과 교단에 대한 열의 부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2년 12월 초등학교 교사 12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육활동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97.2%의 교사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명확한 판단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0년부터 3년간 교수능력 및 자질 부족, 근무성적 불량 등 교육활동 능력 부족으로 징계를 받은 교사는 총 33명. 3년간 징계를 받은 교원 전체의 1.1%에 불과한 숫자다.

한 지역 교육청의 김모 장학관은 “학교 밖에 나가서 사기를 저지르거나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라도 품위는 손상시켜도 학생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교육에 열의를 잃은 무기력한 교사들은 학생은 물론 동료교사들에게도 악영향을 주고 이런 교사들은 징계를 받아도 고치지 못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우수교사 내모는 학교=서울 강남에서 잘 나가는 강사인 B(46)씨. 현직 교사로 있을 때면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수십명의 제자들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는 ‘훌륭한 스승’이었다. 그러나 참고서 집필과 외부 특강 등을 한다는 이유로 사교육에 앞장선 사람처럼 여기는 동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고민 끝에 교단을 등졌다. B씨는 “공교육의 위기, 사교육의 팽창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전직 교사로서 죄책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학생들이 교사에게 신뢰를 갖지 못하는 학교, 열심히 하는 교사가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하는 학교에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안의 스타급 교사, 강사들이 다 모였다는 교육방송(EBS)의 수능강의에 출연하는 학원강사는 총 27명.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교사 출신이다. 언어영역의 이석록, 김주혁, 수리영역의 박승동, 유재원, 서의동, 과학탐구의 공창식, 사회탐구의 김동일 강사 등이 그들이다. 이밖에 EBS 강의에는 출연하지 않아도 이만기(전 인천 문일여고 교사)씨 등 교육계에 널리 알려진 ‘스타강사’ 상당수가 전직 교사다.

법에 정해진 교사의 정년은 만 63세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사들이 실제로 업무를 정지하는 정년은 ‘교직경력 10∼15년’이라고 말한다. 초임교사 3년차까지는 아이들의 얼굴만 봐도 24시간 가르칠 열의가 생기지만 점차 수업과 업무에 지쳐가고 10년차 이상이 되면 ‘기본만 하자’는 식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출퇴근 시간 딱딱 지켜서 수업만 하고 집에 가도 ‘중간’, 밤새 연구하고 고생해도 ‘중간’인 조직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바보 아니냐” 고 말했다.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뒤따르지 않는 보상 체계, 학교장 중심의 관료적 교직 사회 분위기, 과도한 행정 업무 등에 휩싸여있다 보면 누구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쳐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사들의 항변이다. 교직경력 16년의 한 장학사는 “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대접받는 ‘수평사회’라는 말이 있다”며 “더 열심히 가르치고 더 열심히 일하는 교사들을 ‘튀는’ 교사로 취급하고 질시의 대상으로 여길 정도로 보수적인 곳이 바로 학교”라고 말했다.
이전글 [기사]전교조 '5월 0교시수업 집단거부'
다음글 [기사]교원단체 힘겨루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