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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설: 강제되는 자율학습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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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사설: 강제되는 자율학습

국민일보 2004.04.27.

이 달 초 시작된 EBS 수능방송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일선학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학교의 자율·보충학습으로 수능교육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되살아나고 있는 학교의 이 같은 자신감은 소중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원에 갈 시간을 없애기 위해 보충·자율학습을 최대한으로, 그것도 반강제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침 6시50분에 EBS 수능강의를 학습하는 -1교시 수업, 아침 8시에 특기적성 수업을 실시하는 0교시 수업이 생겨났고, 방과 후에는 보충수업에 이어 자율학습까지 실시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교 수업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 20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정규수업 전과 오후 7시 이후의 보충수업 및 오후 10시 이후의 자율학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결정했으나 일선학교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는 자율·보충학습의 참석률을 높이고 타 학교와의 경쟁에 신경을 쓰다보니 강제성을 띠게 되고, 특히 부모들이 원하고 있어 이런 현상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EBS 강의 청취와 학교 보충수업만으로 입시교육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방으로 갈수록 강제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건강은 아예 무시된다.

공교육 살리기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붙들어매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사교육에 매달리던 시간을 학교의 보충수업만으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올바른 인격 형성과 미래 직업관 설계, 심성 계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공교육의 장이 입시학원의 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변질된다면 미래를 위한 교육의 효과는 거두기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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