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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교육살리기 예산확보가 첫발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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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교육살리기 예산확보가 첫발

한계레신문 2004.03.16. 황순구, 김영인 기자


지난 4일 오전 10시30분 안병영 교육부장관과 교원노조가 자리를 마주한 가운데 단체협상 본교섭 첫 회의가 열렸다. 안 장관이 “나는 쟁점 등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니 배우겠다”고 인삿말을 했다. 그러자 교원노조가 “표준수업시수 법제화와 법정교원 수 확보가 쟁점인데 그건 이미 안 장관이 1996년에 교육부장관할 때 약속한 것”이라며 “뭘 모른단 말이냐”고 핀잔을 줬다. 역대 정권이 모두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았지만 왜 번번이 효과가 없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학교를 살리겠다”면서도 정작 법에 보장된 교원 수마저 채워주지 않는, 곧 돈 들어가는 정책은 결코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2·17대책도 마찬가지다. 사교육 금지 조항만 잔뜩 나열했을 뿐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투자는 모두 ‘중장기 과제’로 돌려버렸다. 사교육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양대 교원단체인 교원단체총연합과 전국교직원노조가 “최소한의 수업여건도 갖춰주지 못하면서 학교가 정상화되길 바라느냐”고 정부 대책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교육대책도 추진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과감한 공교육 투자 계획과 일정을 마련해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교육 투자계획 마련해야=이번 사교육대책을 위해 정부가 올해 새로 쓰는 돈은 몇백억원뿐이다. <교육방송>에 지원하는 200억원이 가장 크고, 이(e)러닝 21억원,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후학교 20억원(학생 320명 수용), 영어캠프 등 영어교육 24억원 등이 거의 전부다. 대책에 포함된 특기적성교육이나 저소득층 피시·통신비 지원은 원래 있던 계속사업이다. 사교육비 1조300억원을 절감시킬 것이라는 보충학습은 전액 학부모 부담이다.

공교육 살리기로 들어가면 약속만 있고 예산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최소한의 교원을 채우려면 3만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 연간 6천억~7천억원이 필요하지만 교육부는 이번 대책에서 이를 장기과제로 돌렸기 때문에 예산을 계산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이 교사 수는 한반 35명 기준이다. 만약 25명까지 끌어내리려면 필요 교원 수는 약 22만명(유치원 제외)까지 늘어난다. 거칠게 잡아도 5조원이 든다. 또 이를 위해 22만9700여개인 초·중·고교 학급 수를 31만2800개 정도로 늘려야 한다.

또 수업품질과 직결된다는 수준별 정규수업 추진비(연구비 5억원 제외), 보조교사·학습도우비 확보비, 기간제 교사 처우개선비 등은 장기과제가 아닌데도 예산이 없다.

하병수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국제기구들은 한국 교육경쟁력이 세계 32위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로 교원부족과 과밀학급을 꼽고 있다”며 “교육부와 기획예산처가 몇백억원의 증액을 놓고 아웅다웅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위해 정권 차원에서 교육투자를 결단하고 일정을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있는 예산과 기존 사업 제대로=정부는 지난 4년 동안 8855개의 교실을 늘려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내렸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 총체적 여건은 나아진 게 없다. 일반 교실을 늘리느라 지난 1년 동안에만 114개 학교에서 미술실·음악실·실험실 등이 없어졌다. 교실을 만드느라고 283개교에서 운동장 18만685㎡가 잠식됐다. 또 시골 과소학급과 도시 과밀학급의 평균을 내니 학급당 학생 수가 35명 이하로 내려갔을 뿐이지 수원 영통(41.9명), 안양 평촌(43.04), 부천 중동(41.4), 고양 일산(42.6) 등은 한결같이 초등학생이 한반에 40명 이상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12만3008학급 가운데 절반이 넘는 6만9549학급이, 중학교 5만3308학급 가운데 2만5964학급이 과밀학급이다. 학급당 51명이 넘는 초과밀학급도 300개가 넘는다.

예산을 쓰는 방법도 문제다. 학교 설립이 구체화되면 땅값은 오를 대로 오르고, 학급 신설하라고 학교에 돈을 주면 학교장들이 공개입찰을 피하려 사업비를 쪼갠 뒤 수의계약을 맺는 일이 많아 감사원이 감사를 벌였을 정도다. 반면 농어촌은, 대도시에서 멀지 않은 학교마저 교실이 남아돌아 결국 해마다 몇백개씩 폐교된다. 한만중 남서울중 교사는 “정부가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는 데 쓴 돈은 기존예산인 특별교부금이나 지방예산교부금 등을 전용한 것”이라며 “필요할 때마다 기존예산을 한쪽으로 몰아주는 지금의 예산운용방식으로는 10년, 20년이 지나도 최소한의 교육여건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수명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최소한의 교육여건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하고, 학교용지 확보방법을 고치고, 학생 이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교육청과 학교에 더 많은 결정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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