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상단 글자

자료실

HOME     알림마당     자료실

[기사]시론:‘평준화 연구’에 웬 음모설인가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29:24
첨부파일 :
시론:‘평준화 연구’에 웬 음모설인가

조선일보 2004.02.26.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육개혁연구소 소장

우리의 교육에 희망이 있는가? 입시제도만도 수십번씩 바뀌고 정권마다 교육개혁을 시도하지만 아직도 우리 교육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사교육(私敎育) 비용 경감대책만 하더라도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성격이 짙다.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의 무수한 교육 정책의 실패로부터 체계적으로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는 데 있다. 어떤 정책이 시도되어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하였는지를 면밀히 실증적으로 검토하여 기록으로 남길 뿐만 아니라 정책당국, 학계,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히 학습하고 이견을 좁혀 나간다면, 적어도 그 다음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실증분석을 통한 객관적 정책 평가가 잘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 교육 개혁의 중요한 성공조건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실증적 연구에 기초한 개혁(research-based reform)”이라야만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평준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동시에 비평준화 지역도 유지하는 정책적 실험을 해오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실증분석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정부가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필자는 세 연구자와 함께 평준화 정책이 학생의 능력에 관계없이 학력의 하락을 가져왔다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거센 비판도 제기되었다.

우리의 연구 자료와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용 가능한 자료를 가지고 최선의 분석 방법을 활용하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사실 우리를 매우 당혹하게 만든 것은 우리의 연구에 다른 저의가 있다는 비판이었다. 연구자들 간의 상충되는 연구 결과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연구자들이 보다 적절한 자료를 가지고 더 우수한 연구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구자들 간의 합의가 형성되고, 이것이 올바른 공론(公論)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더 이상 교육정책에 대한 정보 공개를 미루지 말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이익집단의 격앙된 목소리, 혹은 경직된 이념적 주장들이 정책에 대한 공론 형성을 주도하게 될 때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학습을 하기는커녕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학교정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평준화 정책은 이름부터 매우 이념적이지만, 문제가 있으면 바로 고쳐야 하는데 예외가 될 수 없다. 평준화 정책의 개선이 계속 지연되면서 다른 교육정책의 효과성도 크게 저하시키고 있다.

입시를 아무리 다양화하려고 해도 학교교육이 획일화된 상황에서 대학이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어렵다. 학생의 수준별·적성별 수업을 강조하는 제 7차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잘 접목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정부의 획일적인 평준화 체제가 개별 학교가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는 수준별 수업과 교원평가 제도의 도입도 평준화 정책의 개선과 같이 가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학교 현장의 자발적인 노력이 성공의 관건인데, 학교 간의 경쟁이 도입되지 못하는 평준화 체제에서 이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념의 거품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평준화의 공과(功過)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개선하는 일부터 진정한 교육개혁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이전글 [기사]교장단협 “교육원로가 창의성 막는다고?”
다음글 [기사]사설: 전교조 낙선운동은 불법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