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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 등록일시 : 2008-05-09 14:27: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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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음을 열고 평준화를 이야기하자 2004.02.24. 조선일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고교 평준화가 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고1 때 같은 실력이었던 학생들의 고2 때 성적을 비교한 결과 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비(非)평준화 지역 학생들보다 전국 석차로 따져 10% 정도 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평준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로 지난번 서울대의 입학생 분석 결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연구를 접하고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이런 연구가 왜 이제야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하려고만 했다면 수능시험의 전국 자료를 토대로 평준화가 학력에 미친 공과(功過)에 대한 포괄적 분석이 언제라도 가능했을 것이다. 정부가 수능 성적자료를 무슨 큰 비밀처럼 움켜쥐고 공개하지 않았던 것은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낳고 있다는 국민들의 감(感)이 사실로 입증되는 것을 두려워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벌써 몇 차례 지적해 왔지만 이제 평준화에 대해 일체의 선입견을 버리고 냉철한 평가를 내려야 할 때가 됐다. 그러려면 교육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서의 덕성과 소양을 갖춘 인간으로 키워내고, 자기 적성을 찾아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며, 국민을 먹여 살릴 전문 지식의 인재들을 배출하는 세 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평준화는 인성교육·적성교육·학력교육이라는 세 가지 목표 중 어느 하나도 이뤄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날 길은 학교를 다양화하는 방법뿐이다. 평준화를 완전히 허물어 전국 획일의 과거식 고교 입시로 가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사립에 대해서만은 학생 선발과 교원 인사, 교육 과정의 편성, 수업료 책정 등에 자율을 허용해 개성 있는 학교가 개성 있는 인간을 길러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성교육을 우선시하겠다는 전교조 교사들이 뜻을 모아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멋있는 학교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저학력 학생들에게 중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실력을 붙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 학교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처럼 사관학교에 진학할 학생을 상대로 한 학교가 문을 열 수도 있다. 물론 세계 수준의 학력과 학습 의욕을 지닌 학생들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초(超)영재학교도 등장할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교육 목표와 다양한 교육방법 그리고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립학교들을 만들어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학교들 사이에는 선의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이 경쟁은 자연스럽게 교사들에게는 교수 능력의 경쟁을, 학생들에게는 학습 능력의 경쟁을 재촉할 것이다. 이것은 곧 학생 개개인에게 자신 속에 잠겨 있는 잠재력을 개발토록 해주고, 사회와 국가의 발전도 자연 따라오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경쟁을 없애서 당장의 고통을 줄이자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이런 교육은 결국 교육 대상인 학생들을 맨몸으로 사회에 내보내 앞날에 더 큰 좌절과 고통을 겪게 할 뿐이다. 탁월한 한 명의 과학자 업적이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오늘의 지식 기반(基盤) 사회의 특성이다. 이 모든 것이 평준화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부모는 내 자식이 더 좋은 학교에 가기를 원한다. 그런 부모의 마음에는 내 자식이 못갈 바에야 그런 학교가 무슨 소용이냐는 심리가 자리잡게 된다. 이런 부정적 심리는 모든 인간에게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가, 교육자가, 교육단체가 이런 부정적 심리에 의존해 평준화를 지켜 나가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공멸(共滅)하는 길이다. 정말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마음을 열고, 이념의 안경을 벗어던지고, 이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는 길이고, 지식과 능력 유무에 따라 주인과 머슴으로 갈려 나가는 이 세계화 경쟁에서 무엇이 우리 사회의 살 길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면 평준화에 대한 대안(代案)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히 들어오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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