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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평준화 정책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보고서, 문제는 이것이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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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정책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보고서, 문제는 이것이다

교육정책포럼 2004.02.05
윤정일(서울대 교육행정연수원 원장)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에서 연구·발표한 「입시제도의 변환 : 누가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는가?」라는 연구 결과가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이 연구는 대학입시제도 변화가 서울대학교 입학생 구성 및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33년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의 9개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이 작성한 ‘학생기록카드’를 분석한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한 단과대학에 어떤 지역의, 어떠한 가정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하며, 이들이 대학에서 어떠한 학업 성취를 이루는가를 분석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연구 목적, 연구 방법, 연구 결과의 해석 등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대학입시제도의 목적은 대학수학 적격자의 선발이지, 입학생 구성을 균형있도록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닌데 이 연구에서는 입시제도 변화가 서울대학교 입학생 구성에 미친 영향 분석을 목적으로 하였다. 사회계층간, 지역간, 성별간 균형 선발은 부차적인 목적이 될 수는 있을지 모르나 주된 목적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을 보다 능력있는 적격자를 선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입학 전형 요소별 변별력, 합격 기여도, 예언 타당도 등을 분석하였다면 보다 의의있는 연구가 되었을 것이다. 또한 입시제도 변화가 학업성취도에 미친 영향보다는 입학성적과 대학 재학시 성적의 관계 분석, 졸업 후 사회에서의 성취도와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 보다 의미있는 연구라고 본다.

둘째, 연구의 주제나 목적에 비추어 표집이 너무 작고 편중되어 있다. 연구의 주제나 목적을 보면 서울대학교 학생전체를 대상으로 분석하는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제 표집은 사회과학대학 9개 학과를 대상으로 하였다. 서울대학교에는 16개 단과대학과 4개의 전문대학원이 있으며, 16개의 단과대학에는 18개 학부와 120여개의 학과가 있다. 사회과학대학이 서울대학교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대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대학 경우만을 분석해서 부모의 학력, 직업, 경제적 지위에 따라 서울대학교 입학생 구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평준화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이는 일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해석하고 일반화시키는 것이므로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연구한다면 아마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고교 평준화 정책의 목적이 마치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와 사회계층 상승이동 촉진에 있는 것처럼 보고 평준화 정책이 계층 상승이동을 저해시키고 있다고 해석하였다. 1974년에 고교평준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정부에서 표방한 정책 목표는 중학교 교육정상화, 고교 학교간 격차해소, 과학·실업교육 진흥, 지역간 교육 균형 발전, 국민 교육비 부담 경감, 학생인구 대도시 집중 억제의 여섯가지였다. 따라서 평준화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당초의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실현하였느냐를 준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고교평준화 정책이 학력 세습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해석은 두 가지 측면에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그 하나는 평준화가 학력 세습화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육 자체가 학력 세습화를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교육재생산이론’이나 교육의 세대간 효과(generation effects)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만약에 아버지의 학력에 따른 입학률의 격차가 없다면 이는 아버지의 교육이 잘못된 것이거나 대학입학선발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버지의 직업에 따른 입학률 격차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하나는 1980년 7,30 교육개혁 이후 고등교육기회가 대폭 확대되어 부모의 학력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진학률과 취학률이 높아지면서 고학력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대졸 부모를 가진 학생의 입학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섯째, 여학생의 입학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입시제도의 변화와는 무관한 현상이라고 본다. 이는 고등교육기회의 대폭적인 확대로 인해 고졸자의 수보다 대학입학정원이 많다고 하는 사실과 남녀 평등관에 근거한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가치관에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고등교육기회가 유지되고 출생률이 지속된다면 여학생의 입학률이 40% 수준을 넘어서 50%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연구보고서에도 지적하고 있듯이 연구의 데이터베이스가 학생 개개인이 임의로 작성한 「학생기록카드」를 근거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입학생들이 작성한 학생기록카드를 보면 사실 그대로 엄격하게 작성했다기보다는 대충 작성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자료에서 106가지 항목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켰다고 하였는데 과연 이 중 몇 가지 항목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가 문제이다. 연구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자료를 근거로 분석했을 경우에 그 분석 결과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과학연구원의 연구보고서과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논쟁을 야기하게 된 것은 고교평준화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물론 이 연구보고서에서 평준화를 폐지하자거나 그대로 유지하자고 하지는 않았다. 고교 평준화 정책과 관련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즉, “평준화 정책은 국·공립학교에만 적용함을 원칙으로 하되 희망하는 사학에 대하여는 평준화 정책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학의 자율권과 특수성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사학을 우리 나라와 같이 통제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외국의 경우에 공립학교에 대하여는 우리의 평준화 정책과 유사한 정책을 적용하지마는 사립학교에 대하여는 완전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둘째, 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셋째, 학교교육 붕괴 현상을 부분적으로 치유함과 동시에 사설학원 의존도를 감축시키기 위함이다. 넷째, 공?사립 구분 없이 평준화 정책을 적용시킴으로 인하여 사학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재정결손마저 초래되어 국가에서 사학 총예산의 40%를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공학과 사학의 교육 여건이 다같이 부실해지고 결과적으로 사설 학원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입시정책이나 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각 대학은 대학 차제의 입시제도 개선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축적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 교육연구소에서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서울대학교 신입생과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입시전형자료와 대학에서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예언 타당성을 계열별, 단과대학별로 분석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시행했던 ‘교장추천입학제’는 바로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도입되었던 제도이다. 따라서 단과대학 입시자료만을 분석할 것이 아니라 서울대학교 전체의 입시 제도를 지속적,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근거로 입시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서울대학교 입시제도는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즉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하고 다른 것은 달리 취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Equal treatment for unequal is unequal"이기 때문에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출신 학생에 대하여는 달리 평가하여 우수한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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