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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 등록일시 : 2008-05-09 14:16: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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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고교 다양화가 공교육 살 길 중앙일보 2004.1.29. 이창용(서울대 교수·경제학) 지난 34년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입학생을 대상으로 가정환경을 분석한 연구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조사 결과 고학력, 고소득 부모를 가진 학생의 입학률이 커지고 있고 강남 8학군의 입학률도 전국 평균의 2.5배에 달했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수차례 입시제도를 바꿔 왔지만 의도한 효과를 보지 못했으니 현행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 입시제도로 학력세습 막지 못해 연구 결과가 소개되자 가장 큰 반박은 평준화가 학력세습의 주범이냐는 질문이었다. 평준화를 하지 않았다면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비율이 지금보다 더 높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필자를 비롯한 연구진도 평준화를 폐지한다고 고소득층 입학생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 믿지 않는다. 오히려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입시제도만 가지고는 학력세습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연구진의 주장이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고소득층은 사교육 등을 통해 새 제도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줄넘기를 기준으로 입학생을 뽑으면 첫해에는 체력이 좋은 학생이 들어오겠지만 다음 해부터는 줄넘기 과외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유리해진다고 본다. 그러나 평준화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 교육제도는 사교육을 조장한 역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소득증가로 인해 교육 수요는 고급화.다양화됐는데, 능력이 다른 학생들을 한 반에 놓고 가르치다 보니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기 힘들게 됐다. 그 결과 낮에 학교에 가서 잠을 자고 밤에 학원 가서 공부하는 기현상이 공교육의 현실이 되었다. 게다가 쉬운 시험문제를 강조하다 보니 사교육을 통한 반복학습이 효과적이다. 과외는 범재를 천재로 만들 수 없더라도 범재들이 계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데는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돌로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힘든 법이다. 그간 정부는 교육 내실화와 함께 저소득층의 교육기회 확충을 위해 입시 제도를 바꿔 왔다. 그러나 두 목적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한 듯하다. 그러니 차라리 입시제도는 사교육열을 공교육으로 전환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는 입시제도가 아닌 장학제도 확충을 통해 해결하자. "사교육비를 모두 학교에 줘도 좋으니 낮에 학교에서 공부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있게 해 달라"는 학부모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역별로 다양한 자립형 고교를 허용하고 수업료도 자유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 저소득층이 걱정된다면 저소득층 학생 비율을 의무화하고 높아진 수업료의 일부를 이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쓰면 된다. 각 학교는 명성을 위해서라도 우수 저소득층 학생 유치에 나설 것이다. 고교 다양화를 통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연구진의 주장을 '평준화 반대 또는 찬성'이라는 기준만으로 평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간 교육정책에 대한 논쟁은 엄밀한 자료분석 없이 정책담당자의 철학과 대중적 선호에 의해 크게 영향 받았다. 입시자료를 보유한 교육 관련기관이나 정부가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자료공개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자료가 공개되지 않다 보니 교육정책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학계의 연구가 신통치 않으니 정책담당자는 학계의 주장에 더욱 불신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교육정책은 과학적 분석보다 정책 담당자의 철학이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다. 갈팡질팡해 온 교육정책은 교실의 붕괴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될수록 자료공개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한 관련기관과 정책담당자는 자료공개를 더욱 꺼리게 되었다. *** 교육부, 입시자료 적극 공개를 이번 연구의 주목적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실증분석을 통한 생산적 논쟁의 단초를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위에서 밝힌 연구진의 주장은 통계자료를 해석한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연구자가 있다면 가치관의 차이만을 주장하지 말고 자료를 통해 반론을 제기하길 기대한다. 관련기관 또한 백년지계인 교육정책의 중요성을 고려해 향후 입시 관련 기초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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