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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시론: 사교육만 키운 평준화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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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교육만 키운 평준화
'평등'망령든 저질 공교육 … 능력별 학습·장학제 확충을

조선일보 2004.1.29.
김대일(서울대 교수·경제학)


사교육의 팽창으로 인해 학력 세습(世襲)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서울대학교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모의 소득이 높다고 반드시 자녀의 재능이 뛰어난 것이 아닐 것이고, 부잣집 자녀라고 해서 국가사회발전에 남보다 더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대체 우리나라 교육에서 사교육의 열풍은 왜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과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사교육 열풍은 공교육 성과 하락에 따른 반작용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가뜩이나 교육열이 높은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남보다 더 잘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교가 이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사교육을 찾아나선 것이다. 게다가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쉬운 수능’ 정책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긴커녕 더 증폭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 쉬운 입시에서는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보다 실수를 안 하는 것이 고득점의 관건(關鍵)이다.

따라서 학생의 재능보다는 반복학습에 필요한 사교육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부모의 재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년 엄청난 비용이 고작 실수 안 하는 연습을 위해 지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교육의 성과 개선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우선 학교와 교사에게 교육성과를 향상시킬 유인이 제공돼야 한다. 교육성과가 높은 학교와 교사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주어져야 하며, 그렇지 못한 학교와 교사에게는 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권장되어야 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이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을 때, 성과 개선을 위한 교육 공급자의 노력도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은 이러한 성과 개선 노력을 장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억제해 온 듯하다. 교육기회 평등이라는 취지로 도입된 평준화 정책은 교실에서 누구에게나 동일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지만, 한편으로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사교육 시장에 학생들을 내준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 “분수 덧셈도 잘 못하는 학생과 미적분까지 할 수 있는 학생이 함께 뒤섞여 있는 교실에서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는 교사들의 자조적 변(辯)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의 재능과 수준에 맞는 교과내용과 수업방식을 통해 교육의 성과는 가장 향상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을 외면했기에 공교육의 질도 높아질 수 없었다.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교육열만을 탓할 수 없고, 탓한다 해도 교육열이 해소될 리 만무하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교육열을 공교육 성과 제고의 원동력으로 활용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데 있다. 자율적인 학교 선택을 통해 교육 공급자인 학교와 교사가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가난한 학생에게는 장학제도를 통해 능력에 맞는 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공교육 성과 개선을 통해 절감되는 사교육비를 공교육 부문의 재정과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장학재정 확충에 활용한다면, 공교육 성과 개선과 교육기회 평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순환(善循環)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공교육 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사교육만 탓하며 사교육열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정책에만 의존하면 공교육 부실만 가속화될 뿐이다. 며칠 전 어린 학생까지도 어깨띠를 두르고 참가한 대회를 통해 선행학습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책은 그래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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