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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국민논단: 교사 임용제도 재검토할 때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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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 교사 임용제도 재검토할 때

국민일보 2004.01.27.
안병우(한신대 교수·한국사)

이제 곧 졸업 시즌이 다가온다. 졸업식은 떠나는 학생과 남는 선생님의 헤어짐 행사다. 그러나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학생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졸업의 감동은 이제 촌스러운 것이 되어버렸나 보다. 아이들이 떠난 교실에 남은 선생님의 모습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지만 학생도,학부모도,사회도 별로 존경하지 않는 이 시대의 초상을 보는 듯하여 마음이 무겁다.

‘사람’을 만들어주는 선생님을 요즘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학교는 그저 졸업장을 받기 위해 다니고 선생님은 심지어 학원 강사보다 실력 없는 존재,촌지나 받는 파렴치한 존재,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반 이상 잠을 자도 깨우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 해도,그리고 그 원인의 큰 몫이 교사 자신에게 있다고 해도 선생님들이 계속 그런 존재로 있어서는 안 된다. 아니 그런 존재로 두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교육이 정상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어라 해도 교육은 교사가 하는 것이며,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은 교사다. 훌륭한 교사가 아니면 좋은 교육을 할 수 없고 교사의 사기가 높지 않으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다. 교직이 매력 있는 직업이 되어 우수한 인재들이 교사를 지망하고 그들이 의욕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이제 만들어 가야 한다. 존경받는 우수한 교사가 되는 길은 교사 스스로가 찾아야 하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사회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제 교사의 자격과 임용제도에 관해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때가 되었다. 지금은 사범대학 졸업생이나 교직과정 이수자가 임용시험을 거쳐 교사로 임용되는데 대학 졸업 학력으로는 교사가 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본다. 교사는 전문 직종이지만 오늘날 대학의 교육과정은 교양인 양성에 주력하므로 대학 졸업자를 전문인으로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사회 전반의 학력 수준도 높아졌으며 고등학교 2,3학년에서 가르치는 심화선택과목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그러므로 교사는 최소한 교육학 석사의 자격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사가 되기 위해 모두 석사 학위를 취득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려우므로 자격은 임용 과정과 연계하는 것이 좋겠다. 수습교사제,즉 시험에 합격한 예비교사가 1년 동안 학교에서 수업 방법과 학생지도를 배우는 한편 교육대학원에서 교과내용을 심도 있게 배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석사 학위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적합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판별해 낼 수 있고 교사로서 필요한 교육 내용과 방법,학생지도에 관한 훈련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 수습 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판·검사로 임용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자영업자인 변호사로 진출하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매년 1000명씩 국비로 연수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가의 동량을 기를 교사 수습 비용은 당연히 국가가 지출해야 한다.

또 재직 중에 연수 기회를 확대하여 자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교과 내용은 빨리 변하며 대체로 어려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방학 중의 연수도 활용할 수 있지만 적어도 10년에 한 학기,혹은 1년 정도 새로운 교과 내용과 교육 방법을 습득하는 연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우 조심스럽지만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에 안주하여 무기력하고 나태해진 교사,혹은 교사로서 부적합하게 변형된 사람 등은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 평가를 통해 재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재교육을 통해서도 가망이 없으면 교직을 떠나게 해야 한다. 이런 몇 가지 제도로 훌륭한 선생님이 임용되고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으면서 좋아지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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