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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 등록일시 : 2008-05-09 14:14: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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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난한 집 자녀만 멍들게 한 평준화 조선일보 2004.01.27.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지금의 입시제도와 교육시스템으론 가난한 집 아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입시 경쟁이 학교 교실이 아닌 학원 강의실에서 결판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학원을 다닐 돈이 없으면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불평등은 모든 경쟁이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해야만 바꿔놓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의 학습 분위기가 학원 못지 않게 진지해야 하고 학원 못지 않게 자신의 학습능력에 어울리는 질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인수분해도 못 하는 아이와 미·적분까지 마스터 한 아이를 한 교실에 나란히 앉혀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수업을 이해 못한다는 고교생이 18%, 의욕을 상실했다는 대답이 16%, 마지못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학생이 24%에 달하는(교육개발원 설문조사) 지금의 공교육으로는 사교육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쟁의 승부가 학교 밖 학원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가난한 학생들은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현재도 비슷한 실력의 학생들을 한데 모아 가르치는 수준별 학습을 권장하고 있다고는 한다. 하지만 여건이 낫다는 서울에서도 수준별 이동수업이 부분적으로라도 이뤄지는 비율은 20%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 교실과 교재가 모자라고, 교사는 귀찮아 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학습능력의 차이를 차별이라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 못하는 운동권적 구태(舊態)에 학부모와 학생들까지 오염된 것이다. 결국 학교는 잠자는 곳이 돼 버리고 돈 있는 집 아이들만이 저녁에 비싼 돈 내고 학원을 찾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평준화로 인해 우수학생만 따로 모아 차별적으로 교육할 수 없게 되면서 저소득층 학생의 일류대 진학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교육부총리는 “평준화를 하지 않았다면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고, 서울시 교육감은 평준화 철폐는 잘 사는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실정이다. 정답 찾아내는 기술자로 만드는 과외 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창의력과 자생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 이런 사교육에 GDP의 3%인 13조6000억원을 쏟아붓는 밑빠진 시루 같은 교육투자로는 미래를 향한 지적(知的) 경쟁에서 우리 아이들과 우리나라를 낙오하게 만들 뿐인 것이다. 야간에 학원과 과외를 기습 단속하는 기상천외의 쇼적(的) 행정만으론 아무 것도 바꿔놓을 수가 없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만든 공교육 붕괴의 근본 대책을 찾아야지 공권력을 동원해 사교육을 때려잡는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가난한 아이, 불우한 집안 사정의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힘으로 향상(向上)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을 주기 위해선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천차만별의 학생들에게, 집안 사정의 낫고 못하고가 아니라 저마다의 학습능력과 학습의욕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교실 안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을 우열반(優劣班)이라고 부르고 바라보는 사회주의적 잘못된 평등관을 청산해야 한다. 그러자면 재능과 개성을 살려나가는 사학의 의욕도 북돋워주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양심 있고 정직한 교육자와 교육행정가라면, 고교 평준화와 변별력 없는 수능시험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서 기회를 빼앗고 과외에 돈을 쏟아부을 수 있는 고소득층 자녀만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명백한 증거 앞에, 겸허하게 자신의 말과 행동을 뉘우쳐야 마땅한 것이다. 가난한 집 아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경쟁에서 탈락해 다시 가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재의 평준화 제도는 이제 폐기처분할 때가 됐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눈 먼 나머지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향상과 발전의 사다리를 앗아가는 것은 죄악(罪惡)을 범하는 것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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