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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담:안병영 교육부총리에 듣는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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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안병영 교육부총리에 듣는다
"평준화 유지하되 특목고·영재고 늘릴것"
위성 교육방송·방과후 과외 활성화…공교육 내실화로 사교육 욕구 흡수

조선일보 2004.01.13. 박중현기자


한국 교육은 어디로 갈 것인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됐지만, ‘교육’은 여전히 미로를 헤매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사교육비는 줄어들 기미가 없고,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여전히 학교 교육을 외면하고 있다.

교육이 국제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그런 와중에 보름여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바뀌었다. 안병영(安秉永) 신임 장관을 김형기(金亨基) 사회부장이 만났다. /편집자

△지난 번 재직할 때와 비교해 교육부가 좀 달라졌나(안 장관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익숙해서인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많이 젊어졌고 더 역동적이다.”

△국무회의는 몇 번 들어갔나. 분위기는?
“두 번 들어갔다. 과거엔 국무회의에 들어가면 긴장하고, 소관 업무가 아니면 말도 많이 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토론 많이 한다.”

△토론만 하고 결론을 못 내는 경우가 많다던데.
“지식과 정보, 인식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통령이) 토론에 능해 결론을 내더라.”

△현 정부 집권층과 생각의 주조가 달랐는데, 들어와 보니 어떤가?
“내가 그들과 ‘코드’가 다르다고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다. 나도 이 시대가 개혁과 변화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는 아니다. 국민의 바람을 잘 수용해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입각하기 전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고 자주 말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요구는 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실사구시(實事求是) 해 달라는 것이었다. 최근 이 정부에 그런 움직임이 있다. 노 대통령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남북관계나 경제 등에서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점이 최근 거의 불식됐다. 실용주의로 가고 있다.”

안 장관은 작년 한 해 동안 각종 토론회·학술회의 등에서 “해방 직후 좌·우파의 대결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이념·세대·집단 간 갈등이 삼화하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세몰이정치·감성정치·올인정치가 대중영합주의로 전락할 위험을 강하게 안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노 대통령과 접촉한 건 최근의 일인데, 밖에서 보던 시각이 선입견이었다는 느낌이 드나?
“(웃으며) 대통령 얘기 자꾸 하면 내가 아부하게 된다.”

△국민들은 안 장관이 한국 교육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건지 궁금해 한다.
“입학시험과 같은 ‘선발’ 문제에 지나치게 치중하기보다는 좀 이상적일지 몰라도 ‘형성과 도야(陶冶)’라는 교육 본질에 역점을 두겠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아 국민 신뢰를 받았으면 좋겠다.”

△고교 평준화 제도가 30년 됐는데, 평준화가 국가 경쟁력에 도움 된다고 생각하나?
“평준화의 기본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평준화가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고 얘기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명제다. 여러 조사를 보면, 아주 최상층부는 어려움을 겪을지 몰라도, 꽤 많은 부류가 그런대로 성적이 괜찮은 쪽으로 나온다. 평준화를 해제하면 중학교 교육이 망가지고, 그 여파는 초등학교까지 간다.”

△평준화의 기본틀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인가?
“그렇게 보면 된다. 하지만 보완하겠다. 세계화 정보화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엘리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크다. 그래서 평준화 틀에만 안주할 수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가?
“특목고·특성화고·영재고·국제고를 설립해 평준화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특목고가 설립 목적에 맞게 제 기능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일류대학에 가기 위한 우회로가 되고 있다. 이런 것은 막겠다. 학교별로 수준별 수업과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고, 고교에 심화 선택과목을 도입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일반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불만 대부분이 사교육비 문제다.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 욕구를 공교육 체계 안으로 흡수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자면 공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구체적 방법은 곧 발표하겠다.”

△어떤 방향인가. 학원 수강을 강제로 금지하는 방안 같은 것은 시대에 맞지 않을 텐데.
“수요가 있어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이다. 그 수요를 강제로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교육 수요가 충족되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학교 교육이 충실해진다고 해서 학원 수요가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학교가 학원처럼 비교육적 입시 테크닉을 가르치지는 못하는 것 아닌가?
“난 아직 교육이 단순한 기술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교사가 자기가 구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열의를 갖고 가르치면 학생들이 감동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수업이 대입에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학생들이 학원에 덜 갈 게 아닌가?
“학원에 대한 지나친 기대, 환상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자기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7~8년 전 장관할 때 위성 교육방송, 방과후 과외활동, 수준별 교육을 도입했다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 뒤 그것이 흐지부지 됐다. 그것만 제대로 했다면 한국 교육의 그림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 속에 보배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대안이라 생각한다.”

△현 수능 체제나 대학의 학생선발 시스템에 변화를 줄 계획은 없나?
“지금 당장 변화 주긴 어렵다. 수능시험은 이미 2005년 것까지 확정돼 있다. 중·장기적으로 개선안을 연구 모색하는 노력은 하겠다.”

△수능을 옛 예비고사같이 바꾸자는 제안이 있다.
“수능의 자격고사화는 대안이 아니다. 하지만 등급화는 대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할 방안은 없나?
“사회가 이공계 출신을 높게 대우해 줘야 한다. 교육부도 인력개발의 큰 그림을 갖고 연구 중이다. 국제 경쟁력 있는 이공계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Post-BK21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공계생에게 장학금을 더 많이 주고, 병역특례 기간을 줄여주는 것도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과학실험실을 현대화하고 과학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해 초·중·고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하겠다.”

△교단 현장에서 전교조와 비 전교조 교사 간 갈등이 심한데, 전교조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교조는 위법단체에서 합법단체로 옮아 왔다. 과거의 경험을 잘 살려 전교조와 합리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 이젠 민주화 정착 단계이므로 전교조도 상대방과의 파트너십을 추구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교육부 내에서 역대 장관 중 가장 인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열심히 했을 뿐이다. 그걸 잘 봐 준 것 같다.”

△작년 중도적 인터넷신문 ‘업코리아’를 창간해 대표가 됐는데, 지금도 대표인가?
“사임했다.”

△업코리아 창간 당시 생각은 그대로 갖고 있나?
“물론이다.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양극화돼 있어, 내가 중심을 잡고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좌·우가 중간 마당에서 만나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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