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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세계는 교육혁명 중 : 사립학교를 사립답게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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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교육혁명 중 : 사립학교를 사립답게
정부선 지원도 않고 간섭도 안한다

중앙일보 2004.01.04.

폭설도 명문 사립고로 향하는 발길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폭설이 잦아든 지난해 12월 8일. 코네티컷주 레이크빌의 하치키스 스쿨 입학처는 면접을 보기 위해 찾아온 지원자들로 북적댔다. 이들 중에는 13세의 여학생 은빈이도 있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중학교를 졸업한 은빈이는 고입학력평가시험(SSAT)에서 상위 1% 안에 든 재원. 이미 필립스 아카데미를 비롯해 동부 일대의 명문 사립고 7개에 지원서를 내고 마지막 면접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함께 온 아버지 김홍석씨는 "공립은 학생들이 큰 사고없이 학교를 졸업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며 "공립에서 1등을 해도 사립에 오면 중간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립고를 다니다 사립인 세인트 앤드루 스쿨로 옮긴 아들 은찬(17)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다.

"라틴어 등 고전을 비롯해 배우는 수준이 공립학교와는 달라요. 사립은 진짜 학문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줍니다."

金씨가 사립고를 선호하는 이유다.

하치키스 스쿨의 학교 운영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학생 선발이나 학교 운영에 제약과 간섭은 없습니다. 정부는 도움을 주지 않는 대신 간섭도 하지 않습니다."

존 비던 교감의 설명이다.

우선 교과 과정부터 보자. 개설된 교과목 수가 2백개를 넘는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비롯해 혼돈 이론.프랙탈 이론 등 대학의 물리학과에서나 찾을 법한 과목들도 여럿 있다. 비던 교감은 "어떤 과목을 개설할지는 학생들의 수요를 감안해 담당 교사 모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우수 교사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 학교 교직원 1백20여명 중 72%는 석사 또는 박사 학위 소지자다. 상당수는 아이비 리그(미국 동부 명문대)를 나왔다. 사립 고등학교가 우수 교사들을 확보해 대학 수준의 수업까지 하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 학교의 교육 목적은 대학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의 교육 과정까지 고려해 교과 과정을 짜고 있는 것이지요."(윌리엄 리히 입학처장)

인재 키우기가 이미 중등교육에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그렇다고 대입이라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대입학력평가시험(SAT) 등 대학 입시를 위한 준비도 착실하게 한다. 입시지도반에서는 9학년부터 대입을 위한 학업 계획을 세우고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보충지도를 한다. 그 결과 2002년 1백43명의 졸업생 중 1백41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이들의 SAT 평균점수는 1천3백점. 미국 사립고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성적이다.

이곳뿐 아니다. 뉴헤이번의 초트 로즈메리 스쿨과 뉴욕의 리버데일 컨트리 하이스쿨 등 다른 사립학교들도 자율 교육의 산실이다. 이 학교들을 돌아본 이돈희(전 교육부 장관) 민족사관고 교장은 우리와의 격차를 눈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되 교육 과정 운영을 완전히 자율적으로 하고 있더군요. 체육관.도서관.과학실험시설은 미국의 주립대학 수준입니다."

수요자와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은 중국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필요하다면 사회주의 정부의 기본 교육정책을 뛰어넘는 시도도 한다.

지난해 가을 중국 후이자(匯佳) 학교. 1960년대 문화혁명 이후 사라진 남학교를 열었다. 남자 고급 중학(고등학교) 과정이다. 문화혁명 이후 남녀공학만 남은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경우다.

이 학교 우유성(吳有聲)외국학생부 주임은 "자녀가 하나뿐인 중국 부모들은 남학생들만 모아 패기와 규율을 가르쳐 주기를 원한다"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학사 운영도 철저하게 '교육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둔다.

공립 소학교의 6년 과정을 후이자 부설 소학교에서는 5년에 끝낸다. 대신 6학년이 되면 호주나 캐나다의 협력학교로 보내 1년간 어학연수를 받게 한다. 일반 공립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육 과정이다.

학부모.학생이 'NO'라고 하면 즉시 고친다. 이곳의 한국인 학부모 李모씨는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해 나쁜 평가를 내리면 학기 중에 교사가 바뀌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연륜이 10년인 중국 사립학교의 성공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실험대 위에 있는 중국의 사립학교나, 사기업 같은 미국의 사립학교들은 '고객'인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에 충실히 따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교육 수요자의 욕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진다" "사교육비만 더 든다"는 모호한 핑계만 요란하다. 그래서 고통과 실망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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