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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특별기고:교육혁신의 길 '계약직 교사'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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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교육혁신의 길 '계약직 교사'

국민일보 03.12.03.
채영옥(전 구례농고 교장)

자식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나 제자가 더 훌륭한 사람되기를 원하는 스승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희망 중 으뜸이다. 그런데 부모다운 부모와 교사다운 교사의 가르침만이 국가의 동량을 배출할 수 있다.

구한 말 고종의 '교육 입국 조서' 발표 이후 여러 정권과 지식인들은 '교육 입국'을 소리높이 외쳐왔다. 제3공화국 때는 교육 입국 간판을 전국 방방곡곡에 내거는 등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때 교육을 잘 모르는 어느 장관은 건국 초기의 첫 번째 교육 입국에 이어 두 번째 교육 입국을 이루겠다고 법석을 떨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의 중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정작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실천하여 교육 입국을 이룩한 정권이나 교육자는 찾기 어렵다.

유능하고 소신 있는 교장과 모범 교사들이 학교를 이끌어 가면 교육 정상화는 쉽게 앞당길 수 있다. 진실만 가르쳐야 하는 교육은 조금씩 꾸준히 변하는 것이 특성이다. 교육은 결코 단기간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개혁이나 혁신 대상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큰 변화가 왔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고 정치 경제 등 다른 사회 현상일 것이다.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 개혁을 서두른 결과 더 얽히고 설켜 방향 잡기가 어렵게 되어버렸다. 침체된 교육계에서도 새 바람을 갈망하던 차에 개혁을 외친 것까진 좋았으나, 우수 교사를 확보하지도 않고 시장경제 원리를 앞세워 정년만 3년 단축시켜 버렸다. 중등은 수적으로는 보충이 가능했으나 초등은 사정이 달랐다. 교대 4년을 졸업해야 교사가 될 수 있는데 대책 없이 밀어붙여 학교를 떠난 교사들까지 불러들였음에도 여전히 부족하다.

필자가 재직했던 학교들의 교사 분포를 보면 '모범 교사'와 '부실 교사'가 대략 30%씩 이었고 나머지는 '평범한 교사'였다. 임명직 아닌 계약직 채용이 정착되었다면 대부분 모범 교사들이 가르쳤을 테니 교육 성과는 훨씬 높았을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했다. 모범 교사들만 교단에 남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계약직 채용밖에 없다. 현행 제도는 자격증을 받고 교사로 임용되면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유·무능 구별 없이 퇴직 때까지 같은 보수를 받는다. 교직 외의 직종은 자격증을 따고부터 더 연구 노력해야 많은 보수와 장기 근속이 보장되지 않는가.

필자는 실업고 교장 재직 중 깜짝 놀랄 일을 체험했다. 수업 결손이 매일 30%를 넘는 학급이 있었는데 담임교사의 무능이 원인이었다. 학기 중 어지간하면 바꾸지 않는 것이 상례인데 교육 정상화를 위해 과감히 담임을 교체했다. 다음 날 새 담임이 출장 중인데도 결석은 단 한 명이었다. 오후에 그 한 명도 등교했다. 가장 어려운 인성 교육을 잘 하면 학력은 저절로 향상된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사명감 투철한 교사와 20년이 넘도록 남의 수업안으로 대충 가르치는 교사는 처우가 달라야 한다. 그런데 두 교사의 보수는 지금도 똑같다.

구미(歐美)의 교육이 앞서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진작부터 계약제가 정착되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업적 평가 후 유능한 교사는 재임용하고 무능한 교사는 내 보내기 때문이다. 참여 정부에서도 과거의 실책을 거울 삼아 교육 신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 혁신을 추진할 때 특정 지역이나 특정인의 실적을 모델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교육이라는 큰 그림과 국가의 백년대계를 놓고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명문대 진학률이 공립학교는 사립학교를 따라가지 못하고 사립학교는 학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보도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계약제가 법제화되면 지식 교육은 공·사립과 학원이 똑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어 과외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참교육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교장 교감도 계약직 채용에서 예외일 수 없다. 부실 교사는 한 학급이나 한 과목만 망치지만 부실 교장은 학교를 통째로 망쳐버린다. 학교 경영의 성패는 학교장의 능력에 달렸다. 계약제가 정착되면 모범 교사는 정년까지 학교에 남게 되어 교육 침체란 있을 수 없고 부실 교사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가게 되어 윈-윈이 된다. 계약직 채용과 재임용의 주체는 학교장, 학부모, 학생 등이 위원회를 조직해 하면 된다.

지금 학교에서 부실 교사에게는 어떤 책임을 묻고 있을까? 근무지를 옮기는 것이 고작이어서 학교는 바뀌어도 부실 교육은 계속되고 있다. 수천명이 수십년간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교육 혁신을 앞당겨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지름길은 계약직 교사 채용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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