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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공교육 살리려면 대입제도부터 바꿔라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4: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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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꿈' 교육을 살립시다 : 공교육 살리려면 대입제도부터 바꿔라”

국민일보 03.11.24. 김수정 권기석 기자

서울 강남이 사교육 열풍의 진원지라는 각종 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물론 부동산 대책의 촛점도 이 지역의 사교육 수요·공급 관리에 맞춰지고 있다.강남의 사교육 수요를 분산시키면서 공급을 줄이는 쪽으로 사교육 대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강북 뉴타운 지역에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 15곳을 신설, 강남으로 향하는 학부모, 학생들의 발길을 잡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은 강남 학원가의 불법영업을 대대적으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또 국세청은 강남 일대 유명학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공교육에 대한 획기적 개선없이 날로 늘어나는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이같은 정책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남 사교육 분산 효과 적어=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 19일 발표한 사교육비 실태 조사는 서울 강남이 사교육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개발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의 1인당 연간 사교육비는 478만원으로 지방 중소도시 249만원,읍·면 203만원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았다. 또 지난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강남과 강북지역 학부모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강남은 89.9%가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월 사교육비를 50만원 이상 지출한다는 응답이 무려 79%에 달해 '사교육 1번지'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도 강남 지역의 사교육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반발로 백지화되기는 했지만 판교 신도시에 학원단지를 유치하겠다는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의 방안도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했다. 최근 서울시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뉴타운 개발 계획에 특목고 등의 설립안이 계속 포함되는 것도 교육 수요의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정책은 애초 방향 설정부터 잘못됐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학부모,학생들이 왜 학교에 등을 돌리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교육은 커녕 집값을 잡는 것도 어렵다는 이유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천보선 정책연구국장은 "현재의 정부 방안이 실효성이 없는 이유는 사교육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입시라는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사교육을 잡겠다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천 국장은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과서 밖에서 문제가 출제될 뿐 아니라 주로 문제풀이 능력을 측정하는 평가"라며 "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보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더 유리한 현 입시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사교육을 잡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김정명신 공동회장은 "그동안 입시에 대한 여러 개선책들이 나왔으나 결국에는 국가가 수능을 통해 평가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사교육을 막기위해서는 일선 고교에 평가의 권한을 돌려 주고 그 결과를 대학에서 반영하도록 입시 체제 자체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학교 체제, 자율성 강화가 관건=교육전문가들은 학원과 학부모들에 대한 직·간접적 규제는 일시적 조치에 그칠 뿐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학교 교육을 총체적,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사교육 문제의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 대입 제도를 없애지 못할 상황이라면 기존의 고교 체제를 다양화하고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등 공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숙명여대 송기창 교수(교육학)는 "사립고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이고 공립고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한"며 "이를 통해 공립고교에 우수한 교육여건을 조성, 사교육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대신 사립고교에 대해서는 학교 운영과 학생 선발, 교육과정 편성 등에 관한 자율성을 줘 스스로 질높은 교육환경을 만들도록 유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립고교와 사립고교에 대한 정부의 차등 투자가 이뤄질 경우 다양한 특성화 고교의 등장도 기대된다. 서울 명지고 박성수 교장(전 전주대 총장)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학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고교가 입시 준비기관으로써의 역할 뿐 아니라 학생의 특기·적성을 계발하는 공간으로써의 성격도 차츰 되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사교육 문제 해결의 출발선이라는 의견도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홍생표 교육정책연구실장은 "여러 요인에 의해 학교 교육이 억압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교사들의 의욕과 사기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일선 학교에서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흥주 박사는 "고교 교육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각종 법령과 지침 등을 개선,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며 "인사와 재정, 교육과정 운영, 의사결정구조 등에 관한 문제점 및 교육부와 교육청의 기능과 권한 등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수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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