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상단 글자

자료실

HOME     알림마당     자료실

[현안진단]고교 평준화 정책, 보다 확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3:57:06
첨부파일 :
고교 평준화 정책, 보다 확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ER&D 주간교육정책포럼 제54호 2003.11.06.
최현섭(정의교육시민연합 대표,강원대학교 교수)

윤덕홍 부총리는 최근 기자 간담회를 통하여 고교 평준화 정책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다양한 보완책을 통하여 제기되는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는 고교 평준화 정책의 존폐 결정권을 시,도교육감에게 전면 위임하려는 당초 방침을 바꾸어, 도입은 자율로 하되 폐지는 교육부가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의 분명한 선 긋기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첫째, 고교 평준화 정책은 주요 선진국들의 교육사로 보나 그 교육적, 사회적인 목적으로 볼 때 매우 뜻깊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선진국의 교육개혁들은 대부분 그들이 200여 년 동안 견지하여 온 고교 평준화 정책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No Child Left Behind 정책이나 영국의 학교장 책임제는 모두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지역이나 학교가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 나라의 고교 평준화 정책도 학교간의 질적인 격차를 최소화하여 어느 지역 어느 학교를 다녀도 만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구별 추첨 입학제를 정착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렇게 볼 때, 고교 평준화 정책은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헌법에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이며, 교육으로 인한 사회적 차별을 최소화하려는 사회통합정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고교 평준화 정책이 폐지되면 교육적, 사회적 폐해가 극심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사교육비의 급증과 초등학교에서의 전인교육의 제약 그리고 어린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의 저하 문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해 질 수 있다.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학생들의 선택권이 중요하다고 하여도 이러한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기본 틀을 바꿀 만큼 우선적인 것도 아니다. 또한 학생을 시험으로 선발하였다고 하여 학생들의 학력이 더 증대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몇몇 연구들은 고교 평준화 지역의 학생의 학력이 더 향상되었다고 보고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고교 평준화 정책 존폐 논쟁 때문에 분열과 갈등까지 나타나는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가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요즈음 서울뿐만 아니라 중소도시 여러 곳이 고교 평준화 정책의 찬반 문제로 학교간, 동창회간, 학부모간의 의견이 갈리고 반목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학생과 주민 그리고 여론 주도층까지 양분되어 격론을 벌이거나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교육 현장과 지역 사회의 혼선과 불안정은 상당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바라건대,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 발표를 계기로 선거철 등 사회가 불안정할 때마다 유행처럼 나타나는 고교 평준화 정책 존폐 논쟁과 그로 인한 교육적, 사회적 낭비가 사라졌으면 한다.

그러나, 이번의 정부 발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아쉽고 불안정하다.
첫째, 이번 발표는 말 그대로의 고교 평준화 정책은 빠져 있고, 학구별 추첨 입학제를 보완하는데 치중되어 있다. 선지원 후 추첨제를 확대하는 것이나 수준별 반 편성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고교 평준화 정책의 성패는 고등학교의 질적인 격차를 줄이는 데 달려 있다. 그래야 학구별 추첨 입학제가 정착될 수 있고, 인구 이동과 주택 수요 불균형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교원의 질적 동등화, 학교의 시설과 환경의 동등화, 나아가 학교의 전통과 대외적 이미지의 동등화 등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주거 환경이나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의 개발과 더불어 우수 교사 유치, 학교의 시설과 환경의 획기적 개선 등과 같은 특별 대책이 필수적이다.

둘째, 이번 방침이 흔들림 없는 국가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교육 정책이 부총리나 청와대 인사의 기자 간담회나 개인적 발언에 의하여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공식적 정책 발표나 특별 입법이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이나 장관에 따라 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작은 저항만 있어도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교육 정책은 신중하고 무한 책임감을 갖고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은 개인의 장래뿐만 아니라, 질 높은 인력 양성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 결정에서는 인과 관계에 대한 확실한 규명과 정책의 사회 경제적인 장단기적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여론 주도층뿐 아니라 의견을 피력할 기회와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과 계층에도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앞으로 고교 평준화의 보완책을 마련할 때에는 이점에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전글 [인터뷰기사]현행 평준화는 배급제, 능력 따른 교육이 定石
다음글 [기고]사립高만이라도 학생선발권 돌려줘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