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상단 글자

자료실

HOME     알림마당     자료실

[오피니언]선발제 병행, 선택 허용해야
작성자 : 최고관리자 등록일시 : 2008-05-09 13:53:33
첨부파일 :
[이렇게 생각한다-고교 평준화 폐지]선발제 병행, 선택 허용해야

국민일보 03.10.16 김정호(자유기업원 원장)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평준화 정책에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아이들이 중학교 때부터 입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은 면이다. 평준화 정책이 사라진다면 십중팔구 고등학교 입시가 부활할 것이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입시공부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중학생의 입시 부담을 줄였다는 면에서 평준화 정책은 성공작이다.

그러나 좀더 넓은 관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좋지 못한 점 또한 만만치 않다. 첫째, 통념과는 달리 이 제도가 그리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평준화가 있든 없든 좋은 고등학교는 생기기 마련이고 누구나 그런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평준화 이전에는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좋은 학교에 들어갔었다. 평준화 후에도 신흥 명문들이 생겼고, 누구나 그런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하지만 학군제 때문에 그 학교들이 포함된 지역에 거주해야만 그것이 가능해졌다. 그런 지역은 집값도 비싸졌다. 따라서 과거와는 달리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아니라 부모가 명문 학군에 주택을 마련할 경제적 능력을 가졌는지의 여부에 따라 좋은 학교에의 입학 여부가 결정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성적순으로 좋은 고등학교에 가는 체제를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경제학 전공의 필자로서는 쉽게 판단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되는 것보다는 성적순이 낫다는 데는 많은 분이 동의할 것이다.

둘째, 평준화 제도가 학교 운영자나 선생님들로부터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가르치려는 인센티브를 줄인다는 것이다. 학교 운영자들은 자기 학교가 사회로부터 좋은 학교로 인정받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어할 것이고 또 좋은 학교가 될수록 우수한 학생의 지원도 늘어난다. 그래서 학교들은 저마다 좋은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학생들을 가려 뽑을 수 없는 평준화 체제에서는 그런 선순환의 과정이 지탱될 수가 없다. 학교를 어떻게 운영하든 어차피 학생은 추첨을 통해서 배정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에 덜 적극적이게 되고, 학교가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과외에 더 매달리게 된다. 즉 고교 평준화가 중학생의 입시과외는 줄였을지 모르지만, 고등학생의 과외 공부는 더 심화시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자는 고교 평준화에 반대한다. 그러나 전면적인 반대는 아니다. 평준화와 비평준화 모두 장단점을 가지기 때문에 두 체제가 공존하게 하되,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학교와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을 허용하라는 것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지금처럼 학군제에 의한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되, 사립학교는 평준화 체제로의 편입 여부를 각 학교 스스로의 선택으로 결정하게 한다. 평준화를 원하지 않는 사립 고등학교들은 자신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한다. 그런 후에 학생과 학부모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학교 또는 학군을 선택하게 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어느 쪽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글 [기사]"고교 평준화 폐지" 한 목소리
다음글 [기사]평준화 지정·해제 권한 '시·도교육감 이양 법안' 보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