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폐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사학관계자 뿐만아니라 많은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월간조선은 이번 9월호에 이와 관련한 매우 의미있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월간조선 측의 협조를 받아 기사 전문을 게재하오니 참고바랍니다.
** 본 기사는 본회가 월간조선에 사전동의를 구하여 게재한 것으로 무단전제 및 복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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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정기국회를 앞두고 한국 사학(私學)이 다시 들끓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 후반기에 들어섰지만 지난 노무현(盧武鉉) 정권 때 두 차례 개악된 사학법이 아직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학들은 지난해 9월 ‘사학법 폐지 및 사학진흥법제정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에는 교육계, 종교계, 사회시민단체, 사학 원로들이 총망라됐다. 이들은 “2005년 개악된 사학법을 사회 각계의 노력으로 2007년 재개정했으나 여전히 위헌 소지가 큰 16개 독소조항이 있다”며 “사학을 말살시키려는 사학법을 폐지하고 사학진흥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학계는 출범 이후 1년간 정부와 한나라당에 사학법 폐지와 사학진흥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특히 사학계가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사학진흥법은 국회에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학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권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사학계 원로인 조용기(趙龍沂·83)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대선 전에 저를 만나서 ‘집권하면 사학법을 폐지하겠다’고 몇 번 약속했는데 집권 2년 반이 지나도 대체 법안 발의조차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광선 목사(16대 한기총 회장)도 “사학법 문제는 북한 핵이나 미사일 문제만큼 국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며 “좌파 정권 때 개악한 사학법을 폐지하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운동본부 측은 이명박 정권 임기가 절반을 지난 만큼 더 이상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국민운동본부는 9월 시작하는 정기국회에서 사학법을 폐지하고 사학진흥법을 최소한 발의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운동본부 측은 청와대, 한나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잇달아 접촉하며 이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보다 규제가 많은 사학법
이와 함께, 언론을 통해 2007년 재개정된 사학법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얼마나 사학의 권익을 침해하고 사학 발전에 위배되는지를 집중 홍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병묵(金昞默·67) 전(前) 경희대 총장은 “현 사학법은 우리나라 사학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일본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비교해도 국가규제가 심하고 위헌적인 요소가 많은 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학법이 두 차례 개정된 후, 교육계,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5년 넘게 사학법 폐지를 위해 싸워 왔습니다. 우리 사학법에 있는 위헌ㆍ독소 조항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외국 사학법과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희 국민운동본부에서 위헌·독소 조항이라고 꼽는 개방이사제, 대학평의회, 임원취임승인취소제, 관할청에 의한 임시이사 선임제, 학교장 임기제한, 이사회 회의록 공개 및 참석이사 서명제, 법인임원 가운데 친족 범위제한 등은 일본, 중국, 대만에서는 대부분 없는 조항입니다.
특히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우리 사학법에 나와 있는 독소조항 가운데 한 개도 없어요. 거의 완전하게 사학의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사학 모델인 일본 사학법 참고해야”
다시 김병묵 전 총장의 얘기다.
“2005년 처음 개정된 사학법의 모델은 김대중(金大中) 정권 시절 마련됐습니다. 1998년 초 당시 제가 경희대 부총장을 할 때, 사학법개정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한국교육개발연구원에서 첫 회의를 하는데 깜짝 놀랐어요. 이른바 보수 측 인사는 저와 중동고를 운영하는 중동학원 상무, 홍익대 총장 등 세 명이고 나머지 17명이 이른바 진보, 좌파 측 인사더군요. 그런데 배포한 자료를 보니까, 이미 개정할 법안 초안을 완전히 만들어 놓은 상태였어요.”
―현재 사학법과 내용이 비슷했습니까.
“거의 흡사해요. 개방형이사제도 명칭만 다르지 내용은 거의 유사했고, 대학평의회, 임원취임승인취소제 등 현재 사학법의 원형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교육개발연구원 실장이라는 사람이 법안을 설명하면서 일본 법률을 참고로 했다고 하더군요. 다른 나라 법은 몰라도 제가 일본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일본 대학에서 강의를 했어요. 그래서 그 실장이라는 사람에게 질문을 했더니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난처해하더군요.”
―뭐라고 질문했습니까.
“‘일본 법안을 참고로 했다고 했는데, 그럼 일본 교육법을 원전으로 모두 읽고 나서 법을 만들었느냐’라고 하니까 ‘번역된 부분만 보고 법안을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일본의 대학평의회는 이사장이 임명하는 사람들이 임원을 하는 이사회의 자문기구이지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법처럼 사학의 중요문제를 심의하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하니까 아무 말도 못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홍익대 총장과 중동학원 상무이사에게 발언하시라고 하자, 비슷한 비판을 했습니다. 이후 회의 때부터 저를 비롯한 세 명이 계속 비판하고 반대해서 교육부가 법안을 만드는 걸 포기하고 당시 여당에서 법을 만들어 발의하더군요.”
김병묵 전 총장은 “노무현 정권 때, 외국 사학법 사례를 들면서 개정 사학법의 정당성을 홍보했는데 이는 대부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우리 사학의 모델이었던 일본 사학법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20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千代田區)에 있는 일본사학회관을 찾아갔다. 1958년 건립된 일본사학회관은 지하 1층, 지상 7층에 사학 단체와 호텔까지 입주해 있다. 건립 당시 총 2억 엔의 공사비가 들었는데, 1억5000만 엔을 당시 일본사립학교진흥회(사립학교에 융자금을 대부해 주는 정부 출자에 의한 특수 법인·현 일본사립진흥재단)에서 대출받고 나머지 5000만 엔을 사학단체들이 부담했다고 한다.
일본 사립대학단체는 중소규모 대학교가 가입한 일본사립대학협회(1946년 설립, 361개 법인, 384개 대학 가입), 대규모 대학교가 가입한 사단법인 일본사립대학연맹(1951년 설립, 110개 법인, 124개 대학 가입), 신설대학 위주의 일본사립대학진흥협회(18개 법인, 18개 대학 가입)가 있다. 이 3개 단체를 아우르는 ‘일본사립대학단체연합회’가 1983년 설립돼 3개 단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있다.
사학회관 옆에 있는 사학회관별관에서 일본사립대학협회 고이데 히데부미(小出秀文ㆍ62) 사무국장을 만났다. 고이데 사무국장은 와세다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부터 약 40년간 일본사립대학협회에서 근무한 교육 전문가다. 그는 3개 단체로 구성돼 있는 일본 사립단체를 총괄하는 ‘일본사립대학단체연합회’ 사무국장직도 겸하고 있다. 바쁜 일정 때문에 30분밖에 인터뷰 시간을 내지 못한다던 그는 약 1시간30분 넘게 인터뷰에 응했다.
―일본 사학법에서는 사립대학 이사회 의사와 상관없이 외부 단체 추천으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까.
“절대로 없습니다. 외부의 어떤 단체가 사학에 이사를 선임하라 말라 할 수 있습니까? 종교계 대학에서 외부단체 추천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이사회가 받아들여야 가능합니다.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건 사학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겁니다.”
“국립대학이 아닌데 정부가 총장 임기 결정할 수 없다”
―정부가 사립대학의 이사, 감사 승인권과 취소권을 가지고 있나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립대학교가 아닌데 정부가 이런 권한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 사학법에서는 교수, 직원, 학생 대표자가 대학평의회 위원이 돼야 합니다. 이들이 이사 선임, 인사권, 학교 재정 문제 등 대학의 주요정책을 사실상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일본 대학평의회는 절반 이상이 이사회 이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나머지 반 정도는 학교에 기여를 한 분들이나 학교 경영에 도움이 되는 분들로 채웁니다. 평의회는 일본사립학교법 제41조에 의해 설치되고, 42조에 의해 ‘예산’, ‘차입금’, ‘중요자산 처분’, ‘기부행위 결정’ 등 주요 정책에 관해 의견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이는 이사장의 자문기관의 역할이지 승인기관이나 집행기관이 아닙니다.
그는 “일본 대학교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조직은 교수회, 노동조합이지만 이들은 평의회에 들어가 대학 경영에 간섭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립학교 총장이나 교장의 임기나 자격이 법률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까.
“대학 설치 기준에 총장 자격이 정해져 있지만 굉장히 간단합니다.”
고이데 사무국장은 일본 사학법을 꺼내서 제13조 2항을 읽어줬는데 다음과 같다.
‘총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인격이 고결하고 학식이 풍부하여 대학운영에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한한다.’
고이데 사무국장은 “사립대 총장은 각 대학의 규칙에 정해져 있지 정부가 임기나 자격 등을 간섭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사학법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과 함께 인터뷰 중간중간에 머리를 내젓고 손짓을 하며 ‘절대로’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임시이사들이 사학을 15년 넘게 장악한다니요?”
―한국에서는 학내 분규가 일어나서 학사 운영이 어려워지면, 정부가 기존 이사를 물러나게 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합니다. 일본에서도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사학이 있나요.
“글쎄요. 제가 아는 한 학내 분규가 일어나서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네요. 게다가 일본에서 학내 분규라고 하는 건,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시위를 했던 것 외에는 별로 없습니다.(웃음) 물론 일본도 임시이사 파견 규정이 있습니다만, 학교가 파산하거나 이사가 없어서 사무가 정체될 때 등에 한해 법원이 임시이사 파견을 결정합니다. 문부성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사학을 운영하는 이사장이 부정을 저지른 경우에도 임시이사가 파견되지 않나요?
“사립대학 경영진이 불법을 저지르면 일본 형법에 의해 처벌됩니다. 누구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또 경영진이 대학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손해배상 민사재판도 일어나죠. 그럴 경우 그 이사장이 이사에서 해임되거나 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존 이사들이 모두 물러나고 정부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하지는 않습니다.”
기자가 “한국에서는 임시이사로 파견된 시민운동가나 정치가들이 15년 넘게 학교를 장악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하자, 고이데 국장은 인터뷰 중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며 “자신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일이니 자세히 설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전화기로 비서에게 노트를 가지고 오게 하더니 기자의 말을 받아 적었다. 이후부터 30~40분가량은 기자가 답변을 하고 고이데 국장이 질문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래 문답은 고이데 국장이 질문을 하고 기자가 답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학교와 상관없는 좌파시민운동가들을 왜 임시이사로 보내지요?”
―(고이데 국장)한국 사학에서는 임시이사가 왜 파견되는 겁니까.
“(기자)보통 설립자나 이사장의 부정부패, 독선적 학사 운영 등을 이유로 교수, 직원, 학생들이 시위를 합니다. 그리고 수업을 거부하고 총장실을 점거해서 학사 일정이 마비됩니다. 그러면 교육부가 해당 학교에 감사를 파견하고 회의록 등에서 오류가 있는 것을 들어 기존 이사회를 무효화시킵니다. 그리고 임시이사를 파견합니다.”
―임시이사들은 그 학교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줬던 사람입니까?
“대부분 정권과 코드가 맞는 교수들이거나 그런 시민운동가들입니다.”
―아니 그런 사람들을 왜 사학에 보내는 거죠? 학사를 정상화시키려면 그 학교 사정을 잘 알고 애정이 있는 사람들을 보내야 하지 않습니까?
“한국의 지난 10여 년간 좌파 정권 때는 분규를 일으켜 기존 설립자나 이사장들을 학교에서 쫓아내곤 했습니다. 기존 이사들의 반 이상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좌파 시민운동가들을 보내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상지대나 조선대 등은 15년 넘게 기존 이사장이 학교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처음 부정부패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혐의를 받은 사람도 많습니다.”
―임시이사들이 그렇게 오래 학교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 사학법에서도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되면 정이사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장악한 교수, 교직원, 학생들과 임시이사들이 기존 정이사 체제로 돌아가면 학내 분규를 일으키고 학사 일정을 마비시킨다고 경고를 합니다. 그러면 한국 교육부는 ‘아직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임시이사들을 계속 유지시킵니다. 그렇게 5년 넘게 임시이사가 파견된 사학이 15개 정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고이데 국장에 따르면 일본의 문교정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기존 관존민비적인 사학정책을 크게 반성하여 패망 후에는 사립대학의 경영권에 대해서 정부가 일절 간섭할 수 없도록 했다. 사립대학의 자주성은 사립학교법으로 보장했다. 물론 일본 정부가 주는 보조금을 받은 학교가 법령 위반을 할 경우 예산 변경과 임원 해직을 권고할 수 있다. 고이데 국장은 “일본 정부는 크게 ‘설치허가권’과 ‘폐쇄명령권’을 가지고 사립대학을 컨트롤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사학인으로서 한국 사학이 참 안타깝다”
“일본 정부는 사립학교진흥법을 제정하여 사립대학 경상비 중 약 11%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이 덕분에 일본 사립대학교는 1970년대 이후부터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죠. 지난 1970년 이후 일본 정부가 사립대학교에 경상비로 보조한 금액이 약 138조원입니다. 이렇게 보조하면서도 혹시 정부가 사학을 제약, 간섭할 수 없도록 보조금을 배분하는 기관은 정부가 아니라 일본 사립학교 진흥공제 사업단입니다. 보조금 배부를 일본 정부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사학이 자주성을 잃지 않는 겁니다.”
고이데 국장은 “한국의 사학 실정은 같은 사학인으로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학의 이념 및 철학이 정부로부터 독립되고 자주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국회에서 자신을 초청해 일본 사학법에 대해 강의를 하러 조만간 한국에 갈 것이라고 했다.
‘사학법 폐지 및 사학진흥법제정 국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우리 사학법 독소조항 가운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개방이사제는 대학 이사회 이사 가운데 1/4을 외부인사로 구성된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로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희(李明熙·51) 공주대 교수(자유주의교원운동연합 상임대표)는 “개방형 이사제는 대기업의 이사를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무조건 추천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사립학교법, 중국민판교육촉진법, 대만사립학교법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또 이사회의 심의기관으로 만들어 이른바 옥상옥(屋上屋)이 된 대학평의회도 대만과 중국에서는 없는 조항이다.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심의기관이 아니라 이사회 이사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임원취임승인취소제의 경우, 대만에서 임원취임 시 관할청에 인준을 받아야 하는 조항이 있다. 학교장의 임기제한은 개방이사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사학법에만 있는 조항이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 및 참석이사 서명제, 임원이 학교장의 학사권 침해 시 제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우리 사학법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또 학교 사유화를 막겠다며 개정한 ‘법인임원 가운데 친족범위’ 조항도 우리 법이 친족범위를 가장 넓게 규정해 놓았다. 우리 법에서는 ‘이사 상호 간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1/4 초과 금지’라고 정해 놓았지만 일본은 ‘임원 중 배우자 또는 3촌 이내 친족은 1인 이내’, 대만은 ‘이사 상호 간 배우자 및 3촌 이내 혈친, 인척 총정원의 1/3 초과 금지’이다. 중국은 아예 제한 규정이 없다.
이명희 교수는 “외국 사학법과 비교해 보면 우리 사학법은 외부 단체에서 사학을 장악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 있다”며 “사학법을 이대로 두면 다시 좌파정권이 들어섰을 때 사학은 좌파들의 먹잇감이 된다”고 말했다.
“9월 정기국회 때 사학법 폐지하는 데 전력 다할 것”
이명희 교수와 나눈 얘기다.
“임시이사들이 파견된 학교들이 지난 좌파 정권 때 좌파 운동권들의 자금원이 돼 왔습니다. 이들은 학교를 장악하고 학교 교수들을 자기와 코드가 맞는 좌파 인사들로 채웠어요. 상지대를 보세요. 우리나라 좌파교수들은 거기를 안 거쳐 간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지금 상지대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려고 하자 학생들보다 교수 교직원들이 더 난리입니다. 자기들 밥그릇이 달려 있으니까요.
세종대는 함세웅 신부와 그 하수인들이 장악해서 학원 소유의 세종호텔까지 좌지우지했습니다. 세종호텔은 설립 후 한 번도 적자가 나지 않은 호텔인데 임시이사체제하에서 적자가 나고 경영이 엉망이 됐습니다. 또 학교 장부를 조사해 보니, 5년간 세종대에 각종 공사를 한 금액이 160억원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50억원 정도만 조사했는데 횡령금액이 10억원이 나왔습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에요. 나머지 금액을 모두 조사하면 횡령금액이 더 커지겠죠. 그 돈이 어디로 간 걸까요?”
―사학계에서는 사학법을 폐지하고 사학진흥법을 만들겠다는 복안인데요. 사학진흥법은 기존 사학법과 어떻게 다릅니까.
“가장 다른 건, 지금까지가 규제법이라면 이제 육성법이라는 거죠. 일본의 사학처럼 정부가 재정지원, 조세지원을 늘리되 사학 운영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교원 채용의 자율성도 늘리자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우리 사학이 글로벌 경쟁력이 생깁니다. 물론 지금 우리 사학 가운데도 잘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몇 군데만 잘해서야 우리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좋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요. 전체 사학이 잘돼야 지금처럼 모든 계층에서 조기 유학을 가고 외국 대학을 가기 위해 고통받지 않을 겁니다.”
이명희 교수는 “사학진흥을 위한 첫 출발점은 노무현 정권이 만든 사학법을 폐지하는 데 있다”며 “건전한 시민단체, 사학계, 종교계와 힘을 합쳐서 이번 정기국회 때 사학법을 폐지하는 데 언론계에서도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